관세청 산하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세금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짓고 소속 80여 명 중 49명이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를 받아 수억 원씩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에 있는 관평원은 애초 세종 이전 대상 기관이 아니다. 완공된 신청사는 1년째 공실 상태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관평원은 지난 2015년 업무량 확대에 따른 근무 인원 급증을 이유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해 지난해 5월 준공했다. 세종 반곡동에 지은 새 청사의 규모는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915㎡(약 1,268평)로 총 1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상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관평원 이전이 무산된 이후 뒤늦게 중앙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이 청사 사용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종 이전 기관이 아닌데도 소속 외청의 신청사 건립에 엄격한 심사 없이 예산을 배분한 기재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 신청사 착공 1년이 지난 2018년에 관세청은 행안부에 관평원을 세종 이전 대상에 넣어 달라는 취지의 ‘고시 변경’을 요청했다. 행안부는 한 달 뒤 수도권 소재 기관을 대상으로 한 행복도시법상 대전시에 있는 관평원을 세종시로 옮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고시 변경을 거부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신청사 건립을 멈추지 않았다. 행안부가 관세청 측에 재차 문제를 제기했던 지난 2019년 6월 당시 공정률이 이미 50%에 달했다. 행안부의 두 차례 반대에도 신청사가 완공됐고, 대전시와 기재부·행안부의 조율로 완공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관평원의 세종 이전이 최종 무산됐다.
관평원 직원 80여 명은 청사 착공 이후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을 신청해 49명이 분양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세종에 신청사를 짓고 관평원 소속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정작 해당 기관은 대전에 남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세종 이전 기관 공무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특별공급 제도는 경쟁률이 7.5 대 1로 일반 분양(153.1 대 1)보다 현저히 낮은 데다 분양가도 시세보다 저렴하다. 분양가 2억~4억 원대였던 세종 일대 아파트는 최근 급등해 10억 원 안팎에 거래된다.
공공 기관의 세종시 이전 규정을 담은 행복도시법의 입법 미비를 관세청이 적극 이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복도시법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세종으로 이전해야 할 중앙 행정기관 등을 정하는 것이고 이미 지역에 있는 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금지하는 법이 아니라는 점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세청 관계자는 “2003년 관평원 출범 후 10년 넘게 대전세관 건물을 빌려 사용하다 보니 공간이 비좁아 지난 2015년 세종 신청사 계획을 세웠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협의가 됐던 사항인 만큼 이전이 되는 줄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소속 공무원들이 특별공급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