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55만명의 한국군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총 8,000만분의 백신을 해외에 지원하겠다고 할 만큼 백신 물량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미군과 접촉하는 군인 55만명에 한해서만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쿼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주한)미군과 긴밀하게 접촉하는 55만명의 육해공군이 있다”며 “미군과 정기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55만명의 한국 군인들에게 완전한 백신 접종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이런 조치가 “그들(한국군)뿐 아니라 미군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000만 회분을 포함해 총 8,000만 도스를 6월 말까지 해외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쿼드에 가입하겠다는 명확한 선언을 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바이든의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 외교란 대화와 존중 만큼 힘의 과시가 필요하다고 나온다”며 “한국의 외교가 미국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백신을 더 풀지 않고 힘을 과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또 한미 백신 스와프 구상이 실현되지 않은 것과 관련, “한국이 쿼드에 가입을 안 해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 내부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고려한 ‘군인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의 비공식적 안보협의체다. 문 정부는 그동안 쿼드 가입에 선을 긋고, 기후·백신 등 일부 워킹그룹에만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은 처음부터 받아올 물량이 없었다”며 “미국이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기준을 세운 것은 쿼드 회원이자 변이 바이러스가 터진 인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제사회에서 인도는 개도국으로,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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