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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 더 어려운 구조로 정세 전환 … 국방 준비 태세 강화해야” [청론직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북미간 의견 차이 커 정상회담까지 가기 쉽지 않을 듯

北 자력갱생 어려우면 중국 지원으로 위기 모면 시도

책임 있는 美中, 북핵 해결보다 상호 견제에만 열 올려

文정부, 외교·대북 관계를 내정 이용하면 역풍 맞을 것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이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더 어려운 구조로 정세가 바뀌고 있으니 북한이 무력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 않게 국방 준비 태세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이호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연 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 등이 포함된 데 대해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위협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화 제의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는 듯하다. 역대 정부에서 대북 정책에 깊이 관여해온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26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더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북한이 무력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 않게 국방 준비 태세부터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간에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인데 미국과 중국은 북핵 해결보다 상호 견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정부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되 외교나 대북 관계를 내정에 이용하면 역이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에게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핵 해법과 바람직한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세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희망대로 되지 않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더 심각한 우방국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특혜 지원이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는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들이 없었다. 판문점·싱가포르선언에 기초한다고 강조한 것은 본질이 아니다. 셋째,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 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파트너십에 합의한 것은 동맹 강화에 큰 의미가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 남중국해, 쿼드, 대만해협 등에 대한 규범에 인식을 공유한다고 천명한 것도 한미 동맹을 확대 강화한 일이다.

-한미 정상 간 합의 이후 곳곳에 지뢰밭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정치의 생리 자체가 정글이다. 특히 미중 패권 전쟁이 격렬해지고 4차 산업혁명 등 문명사적 전환이 일어나는 격동기라 불확실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선택을 주저할 경우 그러한 태도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떠한 길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를 선택했다고 본다.

-중국이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해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나라의 국익과 중요한 관련이 있고 이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당사자들의 인내와 절제 등을 요구하는 것도 중국의 국익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에서 별 진전이 없었다고 보는가.

△미국과 국제사회가 비핵화 없는 대북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 반면 북한은 제재 해제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자력 갱생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때 핵과 제재 완화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제재 해제를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북핵을 해결할 책임과 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당연히 북핵 개발을 막을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양국은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지금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최고의 우선순위는 상호 견제와 봉쇄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예상 외로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화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예상 밖이다. 북한은 인권 문제를 인류 보편적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국제사회가 문제를 계속 제기하자 인권회의에 참여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왔지만 계속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부분이 진전되지 못하니 다른 부분을 진전시키면서 차차 하자고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북한 인권 문제를 배제한 대북 정책이 과연 정당한 것이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현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너무 외면했다. 그 대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데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북 관계가 많이 나빠졌다고 보는가.

△남북한 간 연락 채널이 모두 끊긴 것은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교류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1%가량에 그칠 정도로 최악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인적 교류가 각각 67만 명, 35만 명이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1만 8,000명 수준에 머물렀다. 물적 교류도 각각 90억 달러, 65억 달러 규모였는데 현 정부에서는 4,000만 달러 정도에 그쳤다.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남북 관계는 더 후퇴했다. 평화를 얘기했는데 북한은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또 서해 완충 구역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등도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문재인 정부 때 가장 나빠졌다는 점이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이 핵 개발을 완성하고 핵무기를 점점 늘리고 있다. 게다가 남한을 집중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전술핵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은 사실이며 (그들은)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북한 체제의 기본 속성도 무력에 바탕을 뒀다. 핵이든 다른 무력이든 사용하면 북한 정권은 끝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인다든지 우리의 보복 능력을 강화한다든지 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데 북한은 거꾸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고 해 입장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도 미국은 상향식으로 한다고 하는데 실무선에서 하다 보면 엄청난 장애가 발생한다. 북한의 요구 수준도 워낙 높아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은 아주 먼 얘기다.

-결국 북한이 핵 무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시간만 벌게 해주는 것인가.

△북한은 존망을 걸고 핵을 개발해왔다. 어려워지면 대화를 통해 압력을 약화시켰고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농축량, 핵폭탄 제조에서 원래 목표대로 갈 것이다. 목표가 달성되면 유연하게 나올 수 있지만 그 순간이 우리에게는 아주 치명적 상황일 것이다.

-북한이 자력갱생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중국이 도와줄 것으로 보는가.

△그럴 것이다. 중국은 1990년대만 해도 경제가 어려웠고 국제 질서를 주도한 미국을 거역하지도 못해 북한을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도 많이 발전했고 미국에 맞짱을 뜨겠다고 할 정도로 강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19년 방북해 북한의 경제·안보 문제들을 돕겠다고 분명히 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려 한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쪽으로 정세가 바뀌었다고 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중(對中)·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한 정권의 정책은 끝날 때까지 잘 바뀌지 않는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주장할 것이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외교·안보·대북 정책을 내정에 이용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정책은 상대가 있기에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내정에 연계하면 상대가 우리를 무시하고 이용한다. 둘째, 우리의 국익, 즉 국가의 주권·존엄·안보·과학기술·경제발전이 어디에서 오며 반대로 그에 대한 위협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분명히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 질서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구한말처럼 될 수 있다. 셋째, 우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도발할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론이 분열되지 않게 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찔러보려고 한다.

-결국 북핵 문제로 남북 관계가 대결 국면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가.

△남북 관계는 통일 지향과 적대의 이중적 관계이지만 대결의 속성이 강하다. 동서독 통일이 성공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포용·개입 정책 덕분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 다 틀렸다. 세계 정세가 바뀌어서 해결된 것이다.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방 정책으로 독일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이 통일된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잔류를 결정해 프랑스·영국·소련의 반대에도 성사시켰다.

-소련의 변화로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면 우리는 중국에 변화가 올 때 기회를 갖게 되는가.

△동북아에서 정세 변화가 크게 일어나면 위기이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커진다. 그럴 경우 미국이 동북아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He is···

1956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30년 가까이 통일부에서 근무했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때 배석해 6·15 남북공동선언 작성에 참여하는 등 120여 차례의 남북 대화에 직접 관여한 남북 관계 전문가다. 남북교류협력법·남북관계발전법·통일교육지원법 등을 기초하고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북한대학원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직에서 퇴임한 후 우석대 초빙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통일국가론’이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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