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의 준공 15년 차 ‘천연뜨란채’ 전용 75㎡는 지난 4월 24일 10억 3,0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3년 전인 2018년 6월에는 같은 평형의 2층 매물이 6억 3,000만 원선이었다. 강북의 6억 원대 아파트가 3년 만에 ‘고가 주택(9억 원 초과)’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준공 18년 차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월곡두산위브’ 전용 84㎡는 지난달 1일 6층 매물이 9억 3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올 4월 9억 2,000만 원으로 처음 9억 원을 넘긴 계약이 탄생한 후 바로 다음 거래에서도 9억 원 초과 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집값 정책 실패 후유증으로 서울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 값이 대출 규제를 받는 9억 원에 근접하고 있다. 30대 등 영끌족이 매수를 주도한 점을 고려해볼 때 조정 국면 진입 시 강북 주택 시장이 큰 타격을 입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서울 강북 14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8억 8,823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8억 1,660만 원에서 5개월 만에 7,163만 원이 올랐다. 올 들어 한달에 1,000만 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서울 강북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7월이면 9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용면적 60㎡~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5월 8억 6,642만 원을 기록했다. 올 초 처음으로 8억 원을 넘어선 뒤 매월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중소형 아파트 역시 3분기 중 9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용 85㎡~102㎡ 이하인 중형 아파트의 경우 평균 매매 가격이 10억 984만 원으로 이미 2분기 들어 10억 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값이 9억 원을 넘게 되면 고가 주택으로 간주돼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1주택자라도 9억 원 초과분의 경우 양도소득세 대상이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가격이 9억 원을 넘을 경우 9억 원 초과 금액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줄어들게 된다. 분양가도 9억 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강북 주택도 대출 받아 사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다음 달부터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LTV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이 오히려 9억 원 미만 주택의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며 “대다수 지역이 9억 원을 넘어선 현실을 고려해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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