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과 교통 카드 등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하루 활동 스케줄과 시간대별 이동 정보를 분석해 교통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활동 인구를 시간과 공간 단위로 분석해 도시 개발과 교통계획 수립을 위한 모빌리티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바타’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당장 세종시 스마트시티와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교통계획에 활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인 엄진기(52)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통행자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공을 인정 받았다. 이 연구는 도시·교통계획 수립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앞으로 재난 대피, 관광, 상권, 환경, 질병 확산 영향 등 인간 활동과 모빌리티가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 수요와 인구 이동의 예측은 도시 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꼽힌다. 지난 1970년 스웨덴 지리학자 토스텐 해거스트랜드가 인간의 사회활동을 시·공간 개념으로 제시한 뒤 인간 활동에 기반을 둔 모빌리티 분석 기술이 교통계획과 교통체계 분석에 활용돼왔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분석의 한계로 정밀하고 신뢰성을 갖춘 수요 예측과 실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갈수록 고령 인구와 1인 가구의 증가, 비대면 현상의 일반화 등으로 사람들의 활동과 통행 형태가 크게 변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엄 박사는 개인들의 활동 시간과 공간, 교통수단, 교통망과 기타 제약 조건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활동 인구를 시간 단위(분)와 공간 단위(빌딩)로 분석해 인구 사회 변화, 도시재개발, 교통 시설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모빌리티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통신량 빅데이터를 비롯해 교통 카드 데이터, 교육청 데이터, 국립지리원 데이터, 국가교통DB, 통계청DB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것이 해외 연구 그룹과의 차별화를 꾀한 요인이 됐다. 그가 개발한 아바타는 국내 최초 활동 기반 교통 시뮬레이션 수단으로 모바일 통신량을 접목한 세계 최초의 분석 시스템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데이터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모바일 통신량 데이터는 연구비로 매번 구매하기 쉽지 않아 이를 대체할 방법을 찾다가 통계청 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방법론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데이터가 워낙 많아 연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에 메인 서버를 두고 웹 기반으로 구동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주효했다. 엄 박사는 “사람의 이동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기술 기법을 통해 기존의 정밀성과 실용화 문제를 해결하고 차세대 모빌리티 분석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선점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