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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춘진 사장 "곡물 등 언제든 '무기화' 가능…국가차원 식량 비축기지 필요"

■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대담=김현수 경제부장 hskim@sedaily.com>

새만금 '콤비나트'에 최적…동북아 식품허브로 육성 땐 年40조 경제효과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선제 수급조절·수요자 맞춤 서비스도

주민 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으로 농촌 고령화 문제 풀고 소득 창출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호재 기자




“무역 전쟁으로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전쟁터가 됐고 식량은 언제든지 무기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때문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식량 국경 봉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생존권을 지키려면 식량을 대규모로 비축해놓을 ‘식량 콤비나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식량 안보 위기를 경고했다. 김 사장은 “중국·싱가포르 등은 국가적으로 곡물을 많이 비축하고 일본은 밀을 2~3개월 치 쌓아둔다”며 “우리도 360만 톤의 밀을 수입하는데 국가가 하나도 쌓아놓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등으로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해 곡물 수출을 통제하는 가운데 이상기후까지 나타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7% 상승해 2011년 9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째 상승세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수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식량 대책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2019년 기준 콩 자급률은 26.7%, 밀 자급률은 0.7%, 옥수수 자급률은 3.5%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식량 안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김 사장이 구상하는 것이 식량 콤비나트다.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식량을 확보하고 상시 비축·관리하는 비축 기지를 조성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분·착유 시설 등 식품 가공 공장까지 유치하면 식품 산업 전반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식량 콤비나트가 구축된다.

기업 입장에서 식량 콤비나트의 최대 장점은 물류비 절약이다. 김 사장은 “지금은 곡물을 10㎏, 20㎏짜리 소포장 상태로 수입해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를 가공 처리하려면 또 포장을 뜯어야 해 낭비”라며 “곡물을 포장하지 않은 채로 배에 싣고 곡물 전용 부두에서 송유관처럼 빨아들여 보관해 가공 공장까지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포장하는 일만 해도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량 콤비나트를 구축하기에 새만금 간척지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새만금은 쌀·밀·콩의 주산지이자 농산물 저장·가공 수요가 많고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식품 제조업과도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10만 톤 이상의 배가 접안하는 곡물 전용 부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심이 깊은 새만금이 최적”이라며 “중국·일본·북한과도 가까워 동북아 식품 허브로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의 태양광·풍력·지열·수소연료·폐열 등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를 전략 비축 기지와 결합해 대규모 에너지 자급자족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김 사장은 새만금 식량 콤비나트를 동북아 식품 허브로 육성하면 연간 40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경우 작은 국가인데도 1,100억 달러 이상의 식품을 수출하는 유럽의 수출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며 “네덜란드에서 오렌지가 하나도 안 나오는데도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것은 결국 중개무역 덕분인 만큼 우리도 동북아 식품 허브를 만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호재 기자


지난해 최장 기간의 장마와 태풍에서 시작된 농축산물 가격 급등에 김 사장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김 사장의 사무실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국내 농축산물 가격 변동은 물론 글로벌 곡물 가격 변동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월 18.8%, 3월 15.9%, 4월 15.5%를 기록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에 비가 많이 왔는데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며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단기 수급 불안정 해소를 위한 사업과 중장기 대책 마련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T는 단기 수급 안정을 위해 주요 농산물의 도매 69품목 116품종, 소매 90품목 143품종 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농산물 수급 상황에 따라 비축 농산물을 적기 방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해 농산물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T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 수집과 분석·예측력을 강화해 선제 수급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T는 지난해 한국판 뉴딜 과제인 데이터 댐 구축 사업 공모에서 농식품 분야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문 기관 등 총 13개 사업체의 협력으로 올 2월 ‘농식품 빅데이터거래소(KADX)’를 출범하고 188종의 데이터 개방 및 ‘농산물 물류 정보’ 등 거래소 고유 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258종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7종으로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대한민국 먹거리 전체 흐름에 대해 생산부터 시작해 가격 동향과 소비자 패턴, 소비자 선호까지 일목요연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농산물·임산물·축산물·수산물 데이터를 따로 구축하더라도 먹거리 컨트롤타워인 aT가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가령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제품이라는 사실을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호재기자


고질적인 농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안으로 김 사장은 ‘주민 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을 제시했다. 정부가 주축이 돼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면 마을 기업이 운영하고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을 제공하며 청장년층은 스마트팜을 관리하는 모델이다. 청장년층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기존 농가에는 추가 소득이 생기는 셈이다. 김 사장은 “농촌의 고령 인구와 취업난을 겪고 있는 도시의 청장년 인구가 스마트팜으로 상생해 농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창출할 수 있다”며 “스마트팜 운영으로 창출되는 수익 일부를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해 농촌 복지를 현실화하고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임기 내 주민 참여 공유형 스마트팜 시범 단지를 추진하고 그 안에 전문 스마트팜 교육기관까지 설립하는 것이 김 사장의 계획이다. 김 사장은 “aT가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된 농산물의 판로를 책임지고 확보해 안정적 농가 소득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 농수산 식품 수출액 106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수산 식품 수출이 98억 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이를 뛰어 넘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김 사장은 “우리 농수산 식품의 선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능성 식품과 가정용 간편식 수요 등이 늘어나는 트렌드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K푸드는 고품질·안전 이미지를 바탕으로 건강과 미용에 좋은 기능성 식품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김 사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김치·인삼·장류 등 면역력 제고 및 건강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한국의 고유 식품들이 다시 한번 부각된 것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 4,450만 달러로 37.6%, 인삼 수출액은 2억 2,980만 달러로 9.3%, 장류 수출액은 9,990만 달러로 30.5% 늘었다.

김 사장은 “떡볶이 떡과 같은 쌀 가공식품, 면류, 과자류 등도 재택경제 확산 속에서 대표적인 가정용 간편식으로 각광받아 우리 가공식품의 수출 성장을 이끌었다”며 “K푸드의 인기가 지속되도록 과학적 효능을 갖춘 건강 기능성 식품을 적극 발굴하고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홍보·마케팅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K푸드가 되도록 농수산 식품 수출 지원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유력 온라인몰에 상설 한국식품관을 운영하는 등 디지털 기반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가별 맞춤 수출 지원 정책, 수출 유망 전략 품목 육성, 비관세 장벽 애로 해소 등으로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파오차이’와 맞물려 이슈가 된 김치와 관련해 김 사장은 “우리 김치의 수출량은 중국산 김치의 몇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체 수입액과 수출액을 따지면 엇비슷하다”며 “그만큼 훌륭한 우리 김치의 생산 단가를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김치 공장을 활용해 낮춘다면 국제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e is··· △1953년 전북 부안 △1969년 전주고 △1976년 경희대 치의학과 △1984년 경희대 치의학 박사 △1994~199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1998~2002년 김대중 대통령 치과 주치의 △2004~2016년 17·18·19대 국회의원 △2016~2017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21년~ 19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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