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재와 풍선 효과 등으로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경기도 주택 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끼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인천과 서울은 경기도보다는 덜하지만 아파트 값이 ‘고평가’ 수준으로 분석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 들어 아파트 값 전국 상승률 상위 10위권을 경기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21일 국무조정실 산하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의뢰해 전국 17개 시도의 부동산 ‘버블지수’를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기준으로 이같이 나타났다. 버블지수는 스위스 글로벌 은행 UBS에서 ‘글로벌부동산버블지수’를 산정할 때 활용하는 추정 방법으로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변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 등 다섯 가지 변수를 활용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으로 산출된 버블지수가 1.5를 넘으면 ‘버블 위험’, ‘0.5~1.5’면 고평가, ‘-0.5~0.5'는 적정 수준 등으로 분류된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20년 1분기(1.12)부터 버블지수가 분기마다 상승해 올 1분기에는 무려 1.80을 기록했다. 실제 부동산 가치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서울은 2020년 1분기 버블지수가 1.84까지 치솟았으나 올 1분기에는 1.29%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상승률이 다소 둔화된 것이 반영된 것이다. 인천은 2020년 1분기 0.93이었으나 올 1분기에는 1.17을 나타냈다. 서울과 인천도 집값이 고평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의 주택 수요가 비교적 규제가 덜한 수도권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경기의 버블 위험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책 실패에 쉼없이 뛴 집값…고평가 경고음도 커져>
이번 분석에서 국토연은 스위스 글로벌 은행 ‘UBS’에서 ‘글로벌 부동산 버블지수’를 산정할 때 활용하는 추정 방법으로 분석했다. 물론 이렇게 산출된 버블지수가 국내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 등은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 실패로 쉼 없이 가격이 오르고 있는 주택 시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서는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 올해 들어 교통 호재와 풍선 효과 등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경기가 ‘버블 위험’ 상태이고 서울과 인천은 ‘고평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각종 규제와 공급 대책에도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거품이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모습이다. 또 집값이 크게 오른 대전·세종 또한 ‘버블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다.
버블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변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 등 UBS가 정한 5개 지표를 바탕으로 측정했다. 1.5를 넘으면 ‘버블 위험’, 0.5~1.5는 ‘고평가’, -0.5~0.5는 ‘적정 수준’, -1.5~-0.5는 ‘저평가’로 판단한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격히 뛰었거나 소득과 비교해 집값이 너무 높은 경우,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본래 가치보다 더 높은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버블 위험’ 수준에 오른 지역은 경기(1.80)와 대전(2.18), 세종(1.65) 등 3곳이다. 이들 지역 모두 ‘버블 위험’ 기준인 1.5를 초과한다. 경기의 경우 서울 집값이 뛰면서 수요가 몰린 데다 교통 호재 등으로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전용 84㎡ 이하 기준으로 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초과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아파트값과 비슷한 지역도 나온다.
지방에서는 대전이 집값에 거품이 가장 많이 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대전 아파트값은 유성구가 29.12% 오르는 등 평균 24.54% 올랐다. 대전의 버블지수는 지난해 2분기까지는 0.38로 ‘적정’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격히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최고 수준의 ‘거품 위험’을 나타내게 됐다. 국토연은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 주택수익비율, 전국 대비 대전의 주택 가격 비율이 모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도 최근 들어 약간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거품 경고’가 터져 나오는 곳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45.53% 상승했다. 세종의 버블 위험 지수는 지난해 3분기 2.08을 기록하는 등 5분기 연속 ‘버블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버블에 대해 어떻게 볼까. 버블 여부 판단은 쉽지 않지만 각종 규제 후유증이 누적 되면서 집값이 상당한 고평가 수준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가운데 25차례의 대책이 주택시장을 과열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버블 여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고평가돼 있는 것은 맞다”며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거의 집값이 10년째 오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소장은 “현 상태는 버블 고점을 향해 축적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집값을 올려주고 있어 상투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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