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입주 물량에 대해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공급 확대가 가시화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통계는 입주 물량 감소세가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입주 물량 선행지표인 주거용 건축 허가 면적은 5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여전히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간 통계 입주 물량 보니=21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와 ‘호갱노노’의 수도권 입주 통계치를 오는 2023년까지 분석한 결과 정부의 전망치와 당장 내년부터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5·6 대책과 정책 해설 등에서 지난해 5만 3,000가구에서 올해 3만 6,000가구로 떨어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내년 5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역시 지난해 19만 3,000가구에서 올해 13만 4,000가구로 약 5만 9,000가구 감소한 후 다시 내년에 15만 6,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에서 “5월 이후 준공 확대로 연말까지 평년 수준의 입주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며 “특히 2022년 이후에는 공급 확대 효과가 더욱 체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관들은 다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114의 경우 서울 아파트 입주는 지난해(4만 9,277가구)에서 올해 3만 746가구로 줄어든 후 내년에는 2만 423가구로 오히려 1만 가구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에도 2만 1,110가구에 그친다는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역시 지난해 18만 9,671가구에서 매해 줄어 2023년에는 13만 9,911가구까지 4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갱노노는 서울의 경우 지난해 4만 9,926가구로 집계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2만 9,136가구) 줄어드는 데 이어 2022년에도 1만 8,173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에는 2만 4,085가구로 일부 증가하나 여전히 올해 입주 물량에는 못 미친다는 전망이다. 인천만 늘어날 뿐 서울과 경기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끌어모아 입주 물량 많다는 정부=정부 전망에는 입주자 모집 공고를 기반으로 하는 민간 업체의 공급 통계와 달리 협회 등의 자료와 민간에는 포함되지 않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장은 정부와 민간 기관의 통계 절대치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넘어 전망의 방향성 자체가 틀어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8·4 대책이나 올해 2·4 대책 등으로 공급 드라이브를 거는 결과가 가시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23년 이후에는 주택 공급이 쏟아져 나온다”며 “2010년대 초반처럼 대세 하락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지난해까지 정부의 인허가 현황을 볼 때 당장 내년부터 공급이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가 주거용으로 건축 허가를 내준 실적은 2015년 8,552만 ㎡에서 지난해 4,606만 ㎡까지 5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서울 민간 분양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5만 52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5만 5,920가구)보다 9.65% 감소한 수치로 201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건축 허가 이후 주택 유형에 따라 1년에서 4년가량 소요된다”며 “짧은 시간 안에 지을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고려하더라도 건축 허가 면적이 지난해까지 감소했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입주가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입주 물량과 관련해 준공되는 주택의 유형이나 지역, 입주 가구 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더욱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례로 홍 경제부총리가 17일 서울의 올해 입주 주택 물량이 8만 3,000가구에 이른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정부는 세부 내역은 외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 교수는 “주택 유형 등 입주 물량을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오히려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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