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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값 18개월새 2배 쑥…기업 허리휘고 물가 뇌관으로

[인플레 공포 키우는 '탈탄소 과속']

친환경 압박에 원유시추 투자 뚝

"국제유가 연내 100弗로" 전망

풍력 등 수요에 원자재값도 급등

선진국조차 '탈탄소비용' 확 늘어

화석연료 의존 개도국은 더 부담

"자칫하다간 노란조끼 시위 재연"





탈탄소 과속은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며 치솟는 물가에 탄소 감축 비용까지 가중시킨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 등 ‘녹색 투자’ 수요 증가가 원자재 가격 과열을 부채질하고 석유 메이저는 각국 정부와 환경 단체 등쌀에 원유 시추 대신 태양광·풍력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급 감소를 유발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탄소 가격이 비싸지면 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이 받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탄소 감축이 각국 경제와 산업·정치까지 영향 받는 복합 위기를 몰고 오는 셈이다.

친환경 투자에 시추 투자 2014년 반토막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급등한 배경 중 하나가 석유 메이저의 친환경 투자 증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전격적으로 알래스카 원유 시추를 중단하도록 하는 등 정유업계에 사업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환경 단체도 부쩍 세를 키우는 상황이다. 친환경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에 이사회 이사 자리를 3석이나 빼앗긴 세계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은 이미 거센 ‘탈정유’ 요구를 받고 있다. 로열더치셸도 지난달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9년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을 받아들었다. 법원이 기업에 탄소 배출 감소를 명령한 것은 최초다.

이런 움직임으로 올해 정유업계의 원유 시추 투자액은 3,480억 달러로 2014년 8,07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공급이 폭발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국제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유가가 빠르면 연내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탄소 가격 급등 땐 서민 들고 일어설 것”



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빈국과 저소득층은 ‘우리가 탈탄소 비용을 떠안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현재 유럽 국가들의 이목은 다음 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내놓을 탄소배출권거래제(ETS) 확대 적용 방안에 쏠려 있다. 집행위가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 국한되던 ETS 적용 대상을 운송과 건물 분야로 넓힐 계획이기 때문이다. 각국은 자동차 운행과 교통, 주택 난방 등에 ETS가 확대 적용되면 탈탄소 비용은 고스란히 서민 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이런 예상이 막연한 기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11월 톤당 25유로(약3만 3,750원)대였던 유럽 탄소 배출권 가격은 이달 18일 현재 51.9유로로 뛰었다. 18개월 남짓 만에 두 배로 가격이 뛴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최근 보고서에서 EU 탄소 배출권 가격이 2030년 180유로, 약 24만 3,000원으로 지금보다 3배 가까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할 탄소 비용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독일소비자연맹(VZBV)은 탄소 배출권 가격이 현재 수준이라는 가정하에 휘발유 자동차를 굴리며 난방과 조리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4인 가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탄소 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비용은 올해 연간 204유로(27만 5,400원)에서 2025년 451유로(약 60만 9,000원)으로 2배 이상 껑충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 비중을 꾸준히 줄여온 선진국 독일에서조차 탄소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G7 ‘석탄 투자 금지’에 합의한 정부에 日 기업 “충격”

특히 개발도상국일수록 탄소 감축 압박은 더욱 거세다. 실제 주요 7개국(G7)이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 용도로 쌓는 기금인 ‘기후 재정’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애초 목표치인 1,000억 달러를 채우지 못했다. 최근 막을 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향후 증액에 대한 뚜렷한 계획에 합의하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제 개도국 비중이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ETS 확대 적용이)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이 2018년 정부 유류세 인상에 반대해 프랑스 전역에서 일었던 ‘노란 조끼 시위’가 재연될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탈석탄 기조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달 G7 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원칙에 덜컥 합의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석탄 발전 비중은 2019년 기준 32%로 G7 가운데 가장 높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스가 총리가 ‘선진국 행세’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석탄 발전소를 짓고 있는 스미모토 상사는 공사를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규 해외 석탄 투자 중단에) 기업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석탄 발전의 대안인 태양광 산업 육성도 현재 중국의 압도적인 점유율 탓에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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