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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법·제도 위에 나는 '보이스피싱'…적극적 예방정책이 해답

[서민 울리는 그놈 목소리, 이제는 뿌리 뽑자]

<하>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 대책은

피해자 죽음에도 솜방망이 처벌

법 개정해 처벌 강화 목소리 커져

검·경·금감원 공조 체계 만들고

새 수법 알리는 예방 캠페인 필요

지난 16일 서울 강동경찰서 직원들이 112 신고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우리은행 명일동 지점 직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넓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듭니다.”

다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수사해온 한 경찰관은 이들 일당을 검거하고 처벌하기까지 걸리는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한다.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범들은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는 즉시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는 탓에 피해 구제를 받기도 어렵다.

더욱이 아무리 수사 기법이 발달하더라도 날로 진화하는 범죄 수법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검거와 처벌 못지않게 적극적 예방 정책을 통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는 게 중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금융감독원 등 관계 당국의 유기적인 공조 체계 구축과 함께 민간 금융사들까지 참여해 새로운 범죄 수법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경찰청 등 수사 당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자에 대한 사법 당국의 형량은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법정에 선 중국인 부부는 사기방조 혐의에 대해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무등록 환전소를 운영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만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현금 420만 원을 빼앗긴 2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피의자들이 주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관련 범죄 처벌을 10년 이상 징역으로 강화하고 벌금도 부당취득액의 두 배 이상 부과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아직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외에 마땅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단순 사기 정도로 검거할 수밖에 없다 보니 법원도 낮은 형량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벌 못지않게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도 미흡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48.5%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늘고 있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환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지급이 정지된 계좌는 잔액에 따라 피해액을 전부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금융기관조차도 피해 구제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도 어디에 신고를 해서 구제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검거와 처벌 등 사후 조치보다는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이버 범죄 수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수사 기법이 범죄 수법을 앞설 수는 없는 만큼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계 기관끼리 정보 공유 인프라를 마련해 공동 대응하고 정부 당국뿐 아니라 시민들과의 접점에 있는 금융사들도 노인 등 범죄에 취약한 계층들을 상대로 새로운 범죄 수법을 알려 범죄 대응 능력을 키우는 예방 캠페인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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