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리단길에서 일부 식당을 제외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처음이에요. 친구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아 추억을 공유하는 가장 ‘힙한’ 공간이 되고 있어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해리단길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부산 해리단길에서 빈티지숍을 운영하는 김기령 대표)
시몬스 침대가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부산 해운대 해리단길을 대표하는 우일맨션 1층에 6월 초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앞에서는 샤넬 등 명품 가방을 사기위해 ‘오픈런’을 하는 이들을 방불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찾은 지난 24일에도 아침부터 대기자만 100명에 달했고, 4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입장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시몬스 침대의 한 관계자는 “MZ세대와 인스타그래머들의 성원 덕에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일에도 50팀 이상이 입장을 대기할 만큼 해리단길의 명소로 단번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맛집’도 아니고 명품 매장도 아닌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 이처럼 인파가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을 했다는 한 20대 여성은 “한마디로 ‘힙한’ 공간이기 때문에 꼭 오고 싶었다"며 “영화 ‘국제시장'에 나올 것 같은 시장 바구니를 비롯해 옛날 물건들에 레트로 디자인을 입힌 제품들이 새롭다”고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어 “벌써 두 번이나 방문했는데 그 때마다 이게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부산의 뉴요커’가 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요즘 부산에서 가장 뜨는 곳이라고 해서 부모님과 함께 왔다"며 “부모님은 과거의 향수를 느끼지만 저희 세대에는 새롭고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이탈리아 남부의 포지타노·아말피, 프랑스 남부의 생트로페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1970~80년대 레트로 감성을 담아 낸 까닭에 MZ세대와 베이비부머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50대 남성은 “옛날에 어머니가 저런 시장 바구니에 장을 보셨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달려 가면 ‘내가 아니라 먹을 게 반가운 거지’라고 하셨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20대 딸은 “제가 좋아하는 레트로, 빈티지 디자인으로 유명한 해외 화장품 브랜드 B사의 제품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는데 아빠는 그런 생각을 했냐"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는 시몬스 침대 공장이 있는 이천과 해운대·해리단길을 대표하는 굿즈가 ‘메이드 인 이천’과 ‘메이드 인 부산'이라고 소개돼 판매되고 있다.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다는 이천쌀을 비롯해 수박, 참외, 토마토 등을 이천에서 주 2회 직접 공수해 온다. 또 튜브·수영모 등 ‘한정판 해운대 에디션’, 버거샵', ‘발란사’와 컬래버레이션한 모자, 티셔츠, 런드리 백 등도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리단길 동네 베이커리에서 공수한 빵을 선착순으로 매일 20명에게 선물하는 이벤트 역시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해리단길의 명소로 떠오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됐던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 경제 효과를 톡톡 내고 있다. 유입·유동 인구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빈티지숍을 운영하는 김기령 씨는 “입장을 기다리면서 주변 카페나 베이커리, 상점에 방문해 주변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 매일 식빵을 제공하는 고메빵집 고민진 대표는 “시몬스에서 제작한 ‘앨리 맵’을 들고 빵집을 찾아 오는 고객들도 있고, 가게에 비치된 앨리 맵을 본 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서로 윈윈하는 이같은 모습이 진정한 지역 중심의 소셜라이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몬스가 이처럼 지역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 한편 지역의 일상을 공유하는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2018년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 마켓'의 개념을 보다 확장해 ‘지역과 지역의 만남으로 지역 문화를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이천의 농특산물과 함께 성수동 로컬 스토어를 한자리에 모아 참여 업체와 방문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천을 거처 6월 부산 해운대로 프로젝트가 확장된 것이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로 시몬스는 브랜드 인지도를 보다 넓은 세대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몬스 전략 기획부문장인 김성준 상무는 “MZ세대에게 침대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흥미로워하는 문화와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시몬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시몬스는 앞으로 제품만으로가 아니라 모든 세대와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부산=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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