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흑자전환한 두산중공업(034020)이 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습니다. 전날에도 단기자금시장을 찾아 210억 원 규모 1년 만기 기업어음(CP)을 발행했는데요. 2분기 들어서만 벌써 2,250억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사업 특성상 운전자금 변동성이 크고 기존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운영자금과 차환자금을 계속 조달하고 있습니다. 만기는 6개월~1년으로 3개월짜리 어음에 의존하던 작년보다 길어졌습니다. 자금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어음 만기를 늘려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모습입니다.
같은날 120억 원 규모 사모사채도 발행했습니다. 만기는 1년 6개월, 금리는 4.3%입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도 4.1~4.9%대 사모사채를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악화된 재무상황과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000150)중공업은 1분기 순이익 2,481억 원을 내며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보유 지분도 매각하면서 약 8,500억 원의 현금도 추가 유입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회사의 총차입금은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5조3,133억 원에 이르는데요. 이에 따라 연간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R&D를 포함한 카펙스 비용도 비슷한 수준으로 잉여현금 창출이 쉽지 않은 구조지요.
대부분 단기자금에 의존하는 점도 부담입니다. 1분기 회사가 보유한 단기성차입금은 5조1,000억 원으로 △국책은행 등 은행차입금 4조3,000억 원 △회사채 900억 원 △기업어음·전단채 4,857억 원 △유동화 차입금 등 기타 2,590억 원 등입니다. 같은 기간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7,134억 원에 불과해 리파이낸싱 부담이 큰 상황이지요. 단기성 차입은 올해 상반기처럼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장에서는 금융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추후 금리 상승이나 자금 경색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시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회사는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지분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으로 국책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입니다. 물론 토지와 건물(장부가 2조6,000억 원), 매출채권 (1조5,000억 원), 관계사 투자지분(1조6,000억 원) 등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도 남아 있어 당장 유동성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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