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전력 가뭄 다가오는데…멀쩡히 지어놓은 신한울 '1년째 낮잠'

[올 여름 전력이 불안하다]

◆전력 예비율 8년來 최저

수요 94.4GW로 급증 전망 속

비상시 동원 가능량은 4GW 뿐

발전소 1기라도 멈출땐 블랙아웃

원전 ⅓ 가동중단, 공급부족 불러

과속 탈탄소, 전력난 고질화 우려





지난 2011년 9·15 정전 이후 8년 만에 전력 대란 우려가 불거진 것은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여름철 전력 수요는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따라 역대 최고 수준인 94.4GW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최대 공급 능력은 99.2GW 수준에 그쳐 비상시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이 4GW에 불과하다. 수요 피크 시 대형 석탄발전소가 1기라도 멈춰서는 돌발 상황이 생기면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탈탄소 정책에 따라 수명이 남은 석탄발전소까지 폐쇄하려 하고 있어 전력난이 매년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전 3개 중 1개 중단전력 공백 커져

수요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이 부족한 것은 정비 일정을 이유로 원전 24기 중 8기가 멈춰서 있는 탓이 크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모든 원전은 1년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정비를 받도록 돼 있는데 정비 일정이 지연되면서 여름철 발전 계획에서 모두 빠진 것이다. 멈춰선 원전이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9GW에 달하는 만큼 이들 원전이 포함됐을 경우 안정권(10GW)의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개별 원전마다 정비 시기가 다르고 정비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부가 정비 일정을 임의로 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전의 정비 일정이 공교롭게 올여름에 몰렸다”며 “통상 한 달이면 정비를 마치지만 한빛원전처럼 정비 과정 중 공극이 발견돼 1년 넘게 정비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 낮지만전력 대란 가능성 배제 못해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좁아진 만큼 정부는 활용 가능한 예비 자원을 모두 동원할 방침이다. 정부가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충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8GW가량의 추가 전력을 확보하기로 한 만큼 비상시 동원 가능한 실제 예비 자원은 12GW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평균 30.2도를 혹서기로 가정했는데, 평시 기준 기온이 1도 오를 때 전력 수요가 0.8GW가량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40도에 이르는 이상 기온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 확보한 예비력으로 수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예비율이 예년보다 낮아 긴장은 해야 하지만 큰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순환 정전이나 블랙아웃 사태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발전기의 돌발 정지 등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생기면 2011년 9·15 대정전 같은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은 일평균 기온을 전제로 삼은 만큼 특정 시간대에 갑자기 고온이 발생해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날 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탈탄소 드라이브에 전력 대란 고질화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전력 대란이 앞으로 고질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을 중심으로 탈탄소 정책에 속도를 붙이면서 핵심 전원인 석탄발전소를 조기에 폐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치를 40%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당안에 따르면 현재 NDC(2017년 대비 24.4% 감축)에 따른 감축 목표치보다 1억 1,000만 톤가량의 탄소를 더 줄여야 한다. 추가 감축량을 현재 부문별 배출 비중에 따라 분담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의 경우 4,070만 톤의 온실가스를 더 감축해야 한다. 석탄발전 한 기가 연간 300만~4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점을 감안하면 9년 내 석탄발전 10기 이상을 추가로 멈춰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대체 전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기저 발전인 석탄발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전원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사실상 유일한데 주민 반발에 막혀 LNG발전 신설 계획이 번번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동발전은 올 3월 대구시에 1.1GW 규모의 LNG발전소를 세우려다 대구시와 주민 반대에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대체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석탄발전 폐쇄만 밀어붙일 경우 전력 수급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족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용 원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완공된 1.4GW급 신한울 1호기만 하더라도 1년이 넘도록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울 1호기는 계통 연계 기한을 감안하더라도 석 달 내 활용할 수 있는 발전원”이라며 “기저부하인 원전 이용률을 높이면 수급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