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소득 하위 80%(세전 기준) 이하 1,856만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 5차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기준은 아직도 깜깜이입니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80%를 정하는 과정에서 맞벌이 가구·청년 1인가구 등을 차별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상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소득 하위 80%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뉴스9에 출연해 “소득을 파악하기 가장 쉬운 방식이 건보료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입니다. 우선 가입자 유형별로 건보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이 다릅니다.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의 경우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산정합니다. 직원 100인 미만 직장 가입자도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반면 100인 이상 직장 가입자는 2020년 소득을 기준으로 합니다. 소득 기준이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나눠지면 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직장 가입자는 건보료를 산정할 때 부동산·금융 자산 등을 포함하지 않는 반면 지역 가입자는 자산을 모두 소득으로 환산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컷오프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에는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이 9억원 이상이거나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 금융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상대적으로 건보료를 많이 내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불리한 입장입니다. 재산이 적더라도 소득이 높게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맞벌이 부부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구별 소득을 따진다는 점에서 청년 1인 가구도 재난지원금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1인 가구의 경우 빈곤 노인이나 저소득층이 다수 포함돼 있어 중위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는 연봉 4,000만원(직장 가입자 건보료 월 11만 3,568원)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올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4,121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졸 신입사원 1인 가구는 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반면 가구원 수가 많으면 재난지원금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소득 하위 80% 기준이 되는 4인 가구 월 소득은 975만 2,580원, 5인 가구 1,151만 4,746원, 6인 가구 1,325만 7,206원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4인 가구의 연 소득이 1억 1,170만원이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구원 수가 5명 이상이면 연 소득이 1억 3,000만원을 넘어도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재난지원금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 구제를 해준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입니다. 가령 코로나19 이전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자영업자 등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이의 신청을 받아주겠다는 것입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맞벌이 부부, 청년들과 장애인 등에 대한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상 확대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소득 80% 대상이 아닌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나옵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형평성 논란 끝에 전 국민 지급으로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여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별 재난지원금은 배제·차별의 문제”라고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전혜숙 민주당 최고위원도 “하위 80%를 선별하는 데 공무원도 고생할 것이고 받는 국민도 모두 불평불만을 할 것”이라며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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