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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황제' 신재환, 부상 트라우마 극복한 정신력 [도쿄 올림픽]

고교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철심 박고 재활로 이겨내

"부상으로 체조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가장 힘들어"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체조 국가대표 신재환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도마 황제' 신재환(23·제천시청)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허리 부상 얘기가 나오자 "그 얘긴 하고 싶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자신을 짓눌러 온 과거를 떠올리긴 싫었을 것이다.

신재환은 충북체고 재학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12살 때 시작한 체조를 그만둬야 할 상황에 부닥쳤지만, 철심을 박고 재활로 보란 듯이 이겨냈다. 당시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신재환은 "부상으로 체조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그 순간을 극복하려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신재환의 한국체대 은사인 대한체조협회 한충식 부회장은 "운동선수라면, 체조 선수라면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며 "신재환이 장한 점은 큰 부상을 이겨내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사실"이라고 3일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올림픽 결선이라는 무대에서 필요한 건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모든 걸 이겨내고 자신을 넘어선 신재환의 정신력이야말로 가장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신재환이 1차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재환은 도마에 가장 필요한 주력과 도약력에서 발군의 실력을 갖췄다. 강력한 허리 근육의 힘이 바탕을 이루지 않고서는 화려한 공중 동작과 엄청난 가속도로 떨어지는 착지 동작을 버텨낼 수가 없다. 신재환은 지금도 허리가 아프면 자연스럽게 손을 허리 쪽에 댄다고 한다. 선수로 뛰는 한 늘 겪어야 하는 일로 부상 트라우마 역시 은퇴 전까지 이어질 마음의 짐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도마에서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수확하고 이번에 9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했던 양학선(29·수원시청)은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부상 트라우마에 내가 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햄스트링)을 안고 사는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고 기술 '양 1'(난도 6.0점)과 쓰카하라 트리플(난도 5.6점)을 앞세워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뜀틀을 향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지 못해 원하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 양학선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심리 치료를 받는 등 햄스트링 부상이 야기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양학선은 "주변에서 '눈 딱 감고' 한 번만 제대로 뛰라고 했지만, 그걸 할 수가 없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2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양학선이 도마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학선에게 금메달을 기대한 어떤 체조인들은 더 강인한 정신력을 주문했다. 하지만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선수만이 고뇌하는 영역이 따로 있다. 부상 재발과 선수로서의 이력을 스스로 걱정해야 하는 선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더 나은 길로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올림픽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6관왕에 도전했다가 5개 종목을 중도 기권 또는 완전 기권하고 3일 평균대 결선만 뛰는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가 대표 사례다. 양학선을 대신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상 트라우마를 인생의 도약에서 모두 떨친 신재환의 멘털은 목에 건 금빛 메달보다 더욱더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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