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양극화에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쌍용차(003620)·한국GM은 미래차 시대에 대한 대비가 전무하다. 자동차를 만들어 팔수록 적자가 심해져 미래차 생산에 관해서는 계획조차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외국계 완성차 3사는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3% 감소한 24만 319대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량의 경우 8만 8,625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폭이 35.4%로 더 심각하다. 특히 3사의 판매량과 생산량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 이후 23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4만 2,017대)와 BMW(3만 6,261대)에도 상반기 판매량이 뒤지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와 벤츠, BMW의 ‘4강 구도’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르쌍쉐’로 불리는 외국계 3사의 추락은 신모델 부재와 경영 위기로 브랜드 이미지가 저하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800억 원의 적자를 낸 르노삼성은 ‘XM3’가 해외시장에서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본사로부터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해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3,16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낸 한국GM은 판매량 지속 하락에 국내 생산 모델을 줄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공장 폐쇄 우려까지 나온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달 30일 마감된 인수의향서 제출에 국내외 9개 기업이 참가하면서 예상 밖의 흥행에 성공했지만 참여 기업들의 자금 동원력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 위기에 외국계 3사는 친환경·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할 골든타임도 놓쳤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각각 해외에서 제조한 전기차 ‘볼트EV’와 ‘르노 조에’를 국내시장에 내놓았지만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 쌍용차의 경우 올해 안에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미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뒤라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