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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임기말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지금은 ‘To do’보다 ‘Not to do’ 중요

차기 정권에 빚폭탄 떠넘기지 말고

대선용 남북관계 조급증서 벗어나

민주적 권력이양 선순환 초석 쌓을때





미국 정가에는 ‘러시모어 증후군(Rushmore syndrome)’을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러시모어산에 새겨진 조지 워싱턴 등 네 명의 미국 대통령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기려고 무리하다 보면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임기 말 러시모어산 큰 바위 얼굴 옆에 자신을 넣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물론 트럼프 측은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지만 그리 허튼 얘기는 아닌 듯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임기 만료를 약 9개월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여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구도가 명확하게 갈릴 것이다. 문 대통령도 지금쯤 집권 초기의 국정 전반에 대한 계획과 포부를 펼쳐놓고 공과를 검토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쉽고 조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일찍이 ‘무엇을 할 것인가와 마찬가지로 할 수 없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정권 말기에 되새겨볼 만한 얘기다. 업적을 남기려고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말 임기를 3개월 앞두고 방북을 추진했다가 차기 정권과의 정책 일관성이라는 대의를 좇아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정치적 이벤트를 접었다. 대공황기에 정권을 잡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미국이야말로 아직도 감사할 것이 많은 나라”라며 전임자인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실정을 감싸 안았다. 당리당략을 초월하고 후임자를 챙김으로써 성숙한 정권 교체를 보여줬던 것이다.



우리도 재정 지출만큼은 이런 관행을 유지해왔다. 역대 정권들은 초기에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출을 늘렸다가도 임기 말에는 씀씀이를 줄여왔다. 마지막 해에는 나라 곳간을 채워 넣어 차기 정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오랜 관행마저 무시하고 내년에도 유례없는 팽창 예산을 고집하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의 선심성 요구는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는데 헛돈을 펑펑 쓰고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에만 국세 수입이 48조 8,000억 원이나 늘었는데도 재정 적자는 80조 원에 달하고 있다. 6월 국가 채무는 898조 1,000억 원으로 9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차기 정부는 텅 빈 곳간이 아니라 빚더미 폭탄을 떠안을 판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부흥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마중물을 남겨둬야 한다.

여권에서는 지난달 말 남북 간 직통 연락선이 복원되자 곧바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꺼내 들었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이벤트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불과 2주 만에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권의 조급증이 오히려 화를 키운 셈이다. 이제라도 일회성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나 작은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튼튼한 안보와 진정한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핵 폐기 이행에 주력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이뤄졌던 임기 말 ‘알박기’ 인사도 주의해야 할 일이다. 최근 정부 부처나 기관마다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념 편향적 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 대선에서 신세를 진 이들에게 자리를 안겨주고 다음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편 가르기 인사로 국정을 혼란에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사는 것이 나아졌어’라는 말을 국민으로부터 듣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제발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지금 청와대가 만들어야 할 것은 ‘해야 할 일(To do)’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Not to do)’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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