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내정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 이른바 '보은 인사'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황씨가 "보은 인사라고 말들이 많은데, 문재인 지지자인 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보은을 받으면 받았지 이재명 경기도 정부에서 보은을 받을 일이 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황씨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저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다"라며 "'이재명을 이해하자'는 발언은 2018년도의 일이고, 이재명은 도지사로 있으며 그동안 제게 특별난 제안을 한 적이 없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오랫동안 공석이었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러면서 황씨는 "저는 지난 2017년부터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는 영화 콘텐츠와 음식 콘텐츠를 결합한 지역 축제 관광 상품"이라며 "2017년 당시 부산시장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었다. 저는 당시 문재인 지지를 선언해 '문재인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상황을 짚었다.
황씨는 또한 "제1회 부산푸드필름페스타는 대박을 쳤다.(올해까지 5년째 대박이다.) 서병수 시장이 저를 보자고 했다"며 "그는 부산푸드필름페스타의 성공을 칭찬하며 부산시가 앞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병수 시장은 기념으로 저와 셀카를 찍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황씨는 "몇달 후 서병수 시장이 이 일로 곤란을 겪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가 부산에서 회의를 하게 되었는데, 서병수 시장에게 '당신은 문재인 지지 좌파 빨갱이 황교익에게 지원을 약속하고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는 질책을 했다고 한다. 그때 서병수 시장이 이런 말로 반박했다고 들었다. '문화에 좌우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도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황씨는 "관광도 문화다. 관광 문화에는 좌우도 없고 정파도 없다"며 "제가 관광업에 종사한 적이 없으나 지역 관광 상품 개발 관련 업무는 제 평생 과업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지리적표시제와 지역공동브랜드 컨설팅도 제 오랜 업무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황씨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명품어촌테마마을 선정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매우 적은 출장비이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의 관광지 개발 사업이라 꼭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썼다.
황씨는 이어서 "음식문화 관련 산업에 '맛집 소개'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실망이 크다"며 "정치인은 권력을 쥐면 다른 영역의 일도 잘 아는 듯이 착각을 한다. 음식문화는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산업적 영역이 넓다. 현명한 정치인은 전문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서병수 의원 정도의 태도는 갖추기 바란다"고 자신을 향한 정치권의 공세에 날을 세웠다.
황씨는 그러면서 "'황교익TV'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열려 있다. 제게 영상물 출연 제안을 했던 한 대선예비후보에게 이재명 후보와 똑같이 황교익TV 출연을 제안한 적이 있다"면서 "이재명은 출연했고 그분은 출연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출연하겠다면 환영"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또 "청문회까지 아무말 않고 있으려다 이 정도 의사 표현은 해야겠다 싶어 글을 올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석인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 후보로 황씨를 내정했다.
지난 7월 올라온 경기관광공사의 사장 공개 모집 공고를 보면 사장 후보는 1차 서류 심사와 2차 면접 심사를 통해 추려진다. 임용기간은 임용일로부터 3년이다.
공고에서 관광공사 측은 응모 자격에 대해 "관광 마케팅·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 또는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을 갖춘 분"이라면서 "기업경영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오는 30일 도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친 뒤 최종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 두고 황씨의 이른바 이 지사 '형수 욕설' 두둔 발언 전력을 연관 지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당내 경쟁주자들은 물론 야당에서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캠프 측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맛집을 추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글을 올려 해명했다. 또 박성준 의원 역시 MBC라디오에 나와 황씨를 두고 "맛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속 인문학적 소양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 김효은 대변인은 전날 내놓은 논평을 통해 "황씨의 내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무성하다"면서 "전문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보은 인사임에도 경기도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거듭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이 지사 측 캠프의 관계자들이 황씨에 대한 적극적인 변호에 나서는 행위를 지적하면서 "이재명 지사 캠프 대변인에게서 맛집 소개도 전문성이라는 황당한 엄호 발언이 나왔다"며 "경기도 대변인이 할 이야기를 캠프에서 하는 것만 보아도 현재 도정과 대선 행보가 뒤섞여 있다. 이재명 캠프가 도청 캠프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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