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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관건, 주민에게 공공의 동기 부여로 본질적 가치 높여야”

전상직 회장,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주민자치 주제로 강연

한국형 주민자치의 설계 방안과 함께 향후 방향성에 대한 강의가 열려 주목을 모았다.

원주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회는 지방자치부활 30주년을 맞아 ‘자치분권시대 지방의회 발전 방향’을 주제로 자치분권 세미나를 연속 개최 중이다. 지난 7월 20일 1차 세미나에 이어 8월 17일 오후 2시부터는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내 친환경농업종합센터 생명농업관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한국형 주민자치의 설계와 방향’을 주제로 2차 세미나 첫 강연을 펼쳤다.

▲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기 위한 일이다. 공무원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도 단순히 봉사 활동하는 것도 진짜 주민자치가 아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것을 혼자 하면 개인자치고 공무원들이 하면 관치이며, 주민과 마을이 함께 하면 그게 주민자치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은 주민자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려는 마음이 없는 경우도 많다. 주민자치는 2인 3각 경기와 같다. 쉽지 않지만 서로 양보하고 발맞춰 간다면 아주 못할 일도 아니다”라고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이어서 전 회장은 현대사에서의 주민자치 경과를 설명하며 “현재 읍면동과 통리는 관료행정으로 유지하고 있다. 민주화의 결정체는 주민자치다. 주민의 생활세계인 통리와 읍면동은 관료행정 보다 주민자치가 훨씬 바람직하다. 일본은 통리 단위에서 주민자치가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권 시절 첫 단추를 잘못 채워 읍면동에 주민자치를 적용시키는 오류를 범했다”라고 지적하며 “우리나라 읍면동 규모는 일본이나 스위스의 경우 모두 자치단체로 규정시켜 놓았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읍면동을 자지단체화해 읍면동장은 직선하고 읍면동의회를 두는 자치단체 형태와 읍면동장이 임명되는 행정단체 형태가 있는데 후자는 읍면동이 행정계층이 되므로 주민자치회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읍면동과 주민자치회는 기관중복이 되고 기관대립이 된다. 또한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회가 감당하기에 읍면동 면적은 너무 넓고 인구도 많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민자치회의 설치 계층은 통리가 적합하다. 중복과 대립도 피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주민의 생활세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적이나 인구 규모면에서도 주민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여 진다. 현재 통리를 그대로 주민자치회 구역으로 정해도 좋고 더 작게 나누거나 크게 통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구조에서도 주민자치 기능의 중심은 통리계층에, 협치기능은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해 자치와 협치가 따로 성립하되 조화롭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총평했다.

다음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주민자치회를 생활중심 조직으로 보느냐 과업중심 조직으로 보느냐의 문제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행정안전부는 현재의 주민자치회를 과업중심으로 본다. 과업중심이 되려면 일감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회에 예산이나 각종 권한은 부재되어 있다. 과업중심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아무것도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업중심조직을 지향하지만 주민자치회에 권리와 행위능력은 지원하지 않는 부조리한 구조다. 생활중심으로 간다면 주민자치회에 사무국장이 배치되어 실무를 담당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자치 사업을 생활중심형은 사무국에서 기본임무로 수행하되 과업중심형 사업은 수임·수탁·수익사업 등 각 사업별로 사업국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더불어 국가가 법령, 자치단체가 조례로 임무를 부여할 경우는 수행할 수 있는 조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주지할 점은 이때 제공하는 조건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사전에 심의하고 동의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 회장은 주민자치 관련 법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은 주민이 주민자치회로 자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며, 다음은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자치를 촉발,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민자치회가 주민회와 자치회로 바람직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분권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데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김영배 의원의 주민자치기본법, 한병도 의원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모두 주민자치회를 지역 주민으로 구성하지 않고 있다. 주권자인 회원 없는 주민자치회는 진정한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주민자치도 불가능하다. 주민이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주민회가 아니고 관변단체가 되는 것 아닌가. 또한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결기관인 주민자치회 총회도 부재되어 있다. 최고의결기구인 총회가 없으면 입법권이 없고 결정권도 없는데 이러면 역시 주민자치가 불가능하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 세미나에는 원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임원과 다수의 주민자치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강모 원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 조경숙 강원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원용대 원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사무총장, 이미윤 사무차장, 강필수 흥업면·임은규 문막면·원민영 반곡관설동·진강식 명륜1동·허경욱 일산동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회가 마을과 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가 입법·인사·재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주민자치회는 NGO(비정부)·NPO(비영리)·NFO(비사적) 조직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든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절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의 동기인 이익·권력·명예동기를 주민에게 부여하고 숙성시키는 임무를 담당해야 한다. 지금처럼 추첨체로 주민자치위원을 뽑는 것은 주민자치의 동기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라고 비판하며 “콜라 1병이 1천원인데 빈병 2개를 반납하면 콜라 1병을 무료로 준다. 5천원을 가지고 있다면 총 몇 병의 콜라를 마실 수 있을까? 핵심은 2병씩 반납한 후 남은 빈병 1개다. 이 빈병을 버릴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가 주민자치의 근본 화두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게에 1병을 외상으로 얻어 마신 후 원래 있던 빈병과 합쳐 빈병 2개로 1개의 콜라를 받아 가게에 갚으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유연성, 배려와 관용이 주민자치의 미덕인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 부등식은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된다. 경제·사회·심리·도덕적 가치를 통해 주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공공의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주민자치는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에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마을의 진정한 어른, 멋있는 어른이 되어야 주민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 토대를 원주에서 만들어 주신다면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저 역시 언제든 달려와 돕도록 하겠다”라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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