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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미라클’…영유아 100명 등 아프간인 391명 구출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로 복귀해 아프간인 이송 지원을 지휘하고 있는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한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아프가니스탄 파병 한국군을 도왔거나 대사관·한국 병원 등에서 근무한 아프간 현지인과 그 가족 총 391명이 오는 26일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한다. 이들은 지난 7~15년간 아프간 재건 사업에 투입된 한국 근무자들과 함께 일하며 평소에도 연락을 주고받고 지낸 의료인·IT 기술자·통역가 등이다.

우리 정부의 이번 아프간인 국내 이송의 공식 작전명은 ‘미라클’이다. 정부는 이들이 노인·어린이 등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혼자 힘으로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도착 인원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국내 이송 대상 427명 가운데 무려 391명이 무사히 우리 군수송기에 탑승했다. 공항에 도착하지 않은 36명이 고향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이송률 100%에 달한다.

의료인·기술자 등…신생아 3명·영유아 100여명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신원확인을 마친 뒤 한국 공군 수송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의 국내 이송을 추진해왔다”며 “군 수송기를 이용해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밝힌 국내 이송 아프간인 391명 구성은 △대사관 근무자 21가구(81명) △한국 병원 의료인 35가구(199명) △한국 직업훈련원 교사 등 14가구(74명)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소속 5가구(33명) △코이카 현지 직원 1가구(5명)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초 이송 대상자였던 427명 가운데 공항에 오지 않은 36명은 개인 사정으로 고향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가 명단을 기반으로 이송 대상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에 태어난 신생아가 3명,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달도 안 된 신생아가 3명이었다. 어제 공항 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다행히 신생아 건강에 이상이 없고 지금은 이송 대기 중”이라고 부연했다. 외교부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충분한 분량의 분유와 젖병을 마련하고 이들을 이송하는 군 수송기가 철판 바닥인 만큼 매트리스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7년 동고동락…수차례 신원 조회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4일(현지시간)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국내 이송 대상자들의 신원 조회 횟수는 한 명당 최소 4번이다.

우선 이들 모두 한국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과 지난 7~8년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부터 전문가가 현지에서 백그라운드 체크를 직접 하는 등 철저한 신원 조회가 이뤄졌다. 또 이들을 태운 버스가 공항으로 진입하는 중간 지점에서 미 측 등이 여러 차례 신원을 조회한다. 이후 우리 측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진입 직후 다시 한 번 신원을 확인한다. 이때 외교부가 사전에 전송한 여행증명서 서류의 진본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나아가 이들이 한국에 도착한 직후에도 다시 신원 조회가 이뤄진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다른 나라 정부 기관과 일한 아프간 현지인들과 달리 이들은 코이카, 대사관, 병원, 직업훈련원 등 각 분야별로 아프간 현지인 대표가 임명돼 한국 대사관과 연락망을 구축해놓을 만큼 끈끈한 관계였다”면서 “피라미드 형식으로 대사관 직원이 연락하면 연락망을 타고 쭉쭉 내려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한 현지 직원 A씨는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우리 군 수송기에 올랐다. 그는 경유국인 파키스탄에 도착한 뒤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국행을 택했다”며 “공항까지 오는 과정에 탈레반을 만날까 우려했는데 우회로를 통해 접근한 덕에 무사히 공항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듭 한국 정부에 감사 인사를 표했다.

버스로 공항 무사진입…이송률 ‘100%’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구출 작업의 공식 작전명은 ‘미라클’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프간 조력자들에게는 목숨을 담보하는 상태에서 희망을 주기 위해, 또 한국에서 아프간까지 9,000㎞인데 이렇게 적지에 들어가는 작전을 해본 적이 없어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미라클 작전’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작전명 대로 “이송률이 100%에 가까웠다”며 놀라워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군수송기 투입 전 기자들에게 “427명이 스스로 힘으로 공항까지 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대규모로 아프간인을 국외로 이송 중인데 그들이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책임을 못 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최근 독일도 카불로 항공기를 보냈으나 몇 십 명밖에 탑승을 못 했다고 한다. 대부분 공항까지 오는 데 실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부터 카불 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우리 정부는 계약 직전까지 갔던 민간 전세기 취항이 불가해지자 결국 군수송기 3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내 이송 대상이었던 아프간인들은 “공항까지 가는 것이 무섭고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낙담한 상황이었다. 이는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독일의 경우 군용기를 띄웠지만 10명 안팎으로 수송하는 데 성고했고, 벨기에는 단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그래서 버스 모델을 도입했다”면서 “미국이 아프간 버스 회사들과 협상해서 한국 등 우방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비용은 우리가 지불했다. 대상자들은 예정된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와 버스에 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진천 격리…이후 장기체류 심사


25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혁신도시출장소에서 아프간인 수용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송기섭 진천군수,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강성국 법무부 차관, 조병옥 음성군수. /연합뉴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 역시 기자들에게 “국내 이송 대상자는 난민 자격이 아니다"라며 "단기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와 장기체류 비자로 변경해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6일 공항에 도착하는 아프간인들은 즉시 방역 절차를 거치고 보안과 방역이 적합한 정부 보유의 임시숙소로 이동한다. 충북 진천 내 임시 숙소에서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단기 비자 신분으로 1~2개월가량 국내에 체류한다. 법무부가 장기 체류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이들 스스로 제3국행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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