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떤 집에서 사는가가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조병수,최욱 2인 건축전 '집의 대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숲에서 10월3일까지

건축가 조병수의 자택인 평창동 '네 상자의 집'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부산 고려제강의 키스와이어센터,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을 설계·디자인 건축가 조병수(64)가 지금 살고 있는 종로구 평창동 집은 ‘네 상자의 집’이다. 말 그대로 상자 같은 모양의, 그저 “바람이 잘 통하는 집”이다. 집은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는 단순함 속에, 형태보다는 그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중시한 집 주인의 건축 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다.

건축가 최욱의 자택인 부암동 '축대가 있는 집'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와 제주 가파도 프로젝트 등을 맡은 건축가 최욱(58)이 아내인 현대미술가 지니서와 둥지를 튼 종로구 부암동 집은 ‘축대가 있는 집’이다. 식탁 위 만남의 문화가 있는 주방을 중심으로, 반복적이지만 깨어있는 일상이 삶을 충만하게 해 준다는 집이다. “공간도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축가가 몸의 감각을 중시해 이 집을 지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은 건축가의 가장 내밀한 생각과 취향, 나아가 생활 방식까지 엿볼 수 있어 특별하다. 서울디자인재단이 기획한 건축 전시 ‘집의 대화:조병수×최욱’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살림터 1층 D숲에서 10월 3일까지 열린다.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바꿔놓는 집,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집을 이야기한 자리다. 보통 건축전은 모형과 도면, 사진이 주를 이루지만 이번 전시는 기존의 모형과 드로잉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꼼꼼한 인터뷰를 더해 대중이 좀 더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눈높이를 맞췄다. 재택 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터라 더 주목할 만한 전시다.

건축가 조병수


건축가 최욱


전시의 시작은 ‘집 속의 집’. 두 건축가가 어떤 사물과 책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건축을 향한 고민이 담긴 미공개 드로잉까지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만난 조병수 건축가는 ‘막사발’을 내놓으며 “한국 문화를 한 단어로 얘기하자면 생동감과 유머까지 포함한 ‘흥’인데 빠른 속도의 제작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막사발에서 그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현대 모더니즘 이후 세계 현대문명은 숨 막힐 정도로 딱딱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특유의 흥겨운 ‘막’의 문화, 완벽하지 않은 적당함과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문화는 점차 더 많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최욱 건축가에게 영감을 주는 물건은 ‘찌그러진 백자’다. 최 건축가는 “백자를 달항아리라고도 하는데, 달은 둥글지만 완벽한 원이 아니기에 달을 보며 기하학적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따뜻함을 느낀다”면서 “도예가 권대섭 선생에게 얻은 이 도자기는 옛 도공이 찌그러진 이것을 남기기 위해 완벽한 것들을 깨뜨려가며 살려낸 것이라 한국인 특유의 정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찌그러진 도자기의 정감이 때때로 작업의 영감이 된다”고 말했다.

조병수가 설계한 파주 헤이리의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음악을 ‘듣는’ 행위에 초점을 맞췄기에 시각적 자극은 최소화했다. /사진 제공=서울디자인재단




건축가 최욱이 설계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디자인 책을 '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감각의 집이다. /사진 제공=서울디자인재단


두 건축가가 ‘처음 고쳐 쓴 집’을 보는 것도 별미다. 조 건축가는 성북동의 낡은 적산가옥을 눈여겨 봤다. 벽의 벽돌을 바닥에 깔고, 연탄 창고를 사무실로 바꿔 집과 사무실을 겸해 사용했다. 어찌나 알차게 고쳤는지 쓰레기가 한 차 분량도 안 되었다고 한다. 최 건축가는 무주택자에게 저렴하게 공급된 국민주택을 집 겸 사무공간으로 직접 고치며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것에 대해 고민했다.

살고 일하는 집뿐 아니라 작품이 된 집들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여기에는 건축가들이 제안하는 삶의 형식들이 담겼다. 방송인 황인용의 파주 헤이리 음악감상실인 ‘카메라타’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한 F1963과 바로 옆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지형과 자연의 원래 모습을 존중해 몸을 낮춘 거제 지평집과 가파도프로젝트 등이 소개됐다. 전시 기획을 맡은 임진영 큐레이터는 “두 건축가는 이탈리아 합리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한국 건축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기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그러면서 조병수는 경험, 최욱은 감각을 중시한다거나, 조병수는 바람과 환기, 최욱은 청각과 후각까지도 고려한다는 매력적인 차이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DDP 살림터 1층 D숲에서 열리고 있는 '집의 대화:조병수 최욱' 전시 전경. /사진 제공=서울디자인재단


DDP 살림터 1층 D숲에서 열리고 있는 '집의 대화:조병수 ×최욱' 전시 전경. /사진 제공=서울디자인재단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