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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자포니즘과 한류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성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




2020년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문화 수출국이 됐다. 문화예술 분야 저작권의 무역수지가 1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지적재산권 전체로는 여전히 적자인 상태라 의미가 깊다. 모두가 한류 덕분이다.

한류는 관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한류의 영향을 받아 방문한다. 한국 음식과 K팝, 드라마와 뷰티, 패션이 관심사다. 이들은 한류 스타에 대한 개인 호감도가 높아 정치·외교 이슈에도 민감하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 성향으로 재방문율도 높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로 시작된 한류가 인 지도 어언 20여 년이다. 앞으로도 한류가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9세기 말 유럽에 분 일본의 ‘자포니즘’ 열풍이 생각난다.

만국박람회를 통해 알려진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浮世繪)는 유럽 문화계에 충격을 던졌다. 지금껏 접하지 못한 과감한 구성과 생략, 거침없는 표현이 주는 이국적인 매력에 고흐와 모네, 마네 등 당대의 예술가들이 빠져들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인상파들이 새로운 소재와 참신한 색채 구성을 찾아내는데 일본의 채색목판화가 중요한 협력자였다고 지적한다. 자포니즘은 30년 이상 유행했고 이후 일본 영화와 만화, J팝 등으로 그 관심을 이어갔다.



일본의 강점은 묵묵히 한 우물을 파는 장인정신이다. 28명에 이르는 노벨상 수상자나 문화의 풀뿌리인 ‘오타쿠’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인구의 10분의 1인 1,200만 명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마니아다. 게임까지 포함해 오타쿠노믹스 3대 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일조하며 연간 4조 엔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인력 기반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한류의 성공 요인은 한국인의 역동성과 혁신 능력으로 요약된다. 특유의 정과 흥, 어울림의 정서를 차별화된 콘텐츠에 담아 세계에 어필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마케팅의 활용은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력의 결과다. 일본에는 부족한 한국의 응용 능력이다. K팝은 해외의 영향을 받았으나 우리만의 독자적인 방식을 통해 재창조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한류가 지속하려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핵심이다.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 유전자를 보편적인 가치와 정신으로 제시해야 한다. ‘반짝 인기’가 아니라 BTS처럼 세계의 문화 주류로 꾸준히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 환경과 인프라, 제도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엔 한국 문화 전반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총체적 호감으로 연결돼야 한다. 한류와 관광, 문화와 경제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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