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사진)를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져 예상을 깬 인선으로 여겨진다.
7일(현지 시간) AFP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정부 구성을 알렸다. 하산 아쿤드는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 최고위원회인 레흐바리슈라를 이끌었다.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유엔 제재 대상 명단에도 올라 있는 그는 탈레반 창시자 모하메드 오마르와 가깝게 지내며 권력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 수반 '0순위' 후보로 거론된 탈레반 2인자 바라다르는 제1부총리를 맡았다.
이날 최고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과도정부 발표 후 아쿤드자다가 대표 성명을 냈다는 점에서 최고지도자 아래 총리를 두는 ‘이란식’ 체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아쿤드자다가 상징적 최고지도자로 남아 종교 부문만 책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체제가 정치와 종교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아쿤드자다는 탈레반이 결성된 칸다하르 등에 머물고 있고 다른 정치 지도자는 카불에 모여 있는 상태다. 탈레반이 원로들이 참여하는 최고회의 등을 통해 집단지도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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