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동시 차량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서울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심야 차량 게릴라 시위를 진행했지만 서울을 포함한 전국 9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차량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참여한 차량 규모는 전국에 걸쳐 약 5,000여 대에 달했다.
‘벼랑 끝 자영업자’, 양화대교 북단서 여의도 공원 앞까지 차량 시위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차량 시위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각자 차량을 끌고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양화대교 북단에 집결했다. 양화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로 진입한 시위 차량 수십 대는 일제히 비상등을 켜고 시속 20~40km 남짓한 속도로 서행했다. 선두부터 후미까지 약 15km 길이의 행렬을 지어 '강변북로→한남대교→올림픽대로→여의도상류IC→여의도'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여의도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경찰 검문에 막힌 시위 차량들은 예상 도착 시간인 11시 50분보다 늦은 9일 오전 12시 40분경 최종 집결지인 여의도 공원 인근에서 모였다.
한 줄로 늘어선 시위 차량들은 모스 부호로 ‘SOS' 구조 신호를 뜻하는 경적을 울리며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여의도 공원 인근에 도착한 차량들 중 일부는 ‘벼랑 끝 자영업자, 두려울 게 없다’고 적힌 피켓을 선루프 위로 들어올려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10분의 1 토막난 매출, 답답해서 차량 시위 나왔다”
차량 시위 참가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거리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중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년차 사장은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토막이 나 참 답답해서 차량 시위를 나왔다”며 “1년 6개월 동안 (매출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이 정말 힘들다"고 밝혔다.
강서구에서 2년째 주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반 이상 떨어져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빨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장사를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2시 30분경 자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방역 정책이 자영업자에게만 부담을 지운다고 비판했다. 자대위 측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다중 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비율이 20%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6개월 간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 정책을 펼쳤다”며 “자영업자는 지난 1년 6개월간 66조 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약 45만 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자영업자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김기홍 자대위 공동대표도 "현재의 방역은 확진자 수를 낮추는 데 큰 의미가 없다"며 “국민의 80%를 위해 자영업자 20%가 희생하는 공리주의(적 방역)를 멈추고 제발 자영업자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전국 각지에서도 한밤 차량 시위 벌어져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도 차량 시위가 이어졌다. 광주에서는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11시경부터 서구 시청 인근을 차량으로 행진했다. 부산 지역 자영업자들은 시민공원 남문에서 출발해 송상현광장과 서면 교차로를 지나 자정에 가까운 시각 양정역 부근에서 시위를 마무리했다. 전주에서도 수십 대의 시위 차량이 신시가지와 전북도청, 완산구청, 전주시청 인근을 순회하며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대전에서도 대전시청 인근을 중심으로 차량 시위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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