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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활
[동십자격] 고용의 종말, 우울한 온라인 시대

이혜진 생활산업부 차장





최근 샤넬·랑콤·입생로랑 등 명품 화장품의 백화점 판매 직원들이 연휴 기간 파업에 나섰다. 이들의 주요 요구 사항 중에는 온라인 매출에 기여하는 ‘숨은 노동’도 인정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구경은 매장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이들을 ‘쇼루밍족(showrooming)’이라고 한다. 쇼루밍족이 급격히 느는 가운데 고가의 명품 화장품도 이들의 주요 쇼핑 품목이다. 핸드폰으로 봐서는 감 잡기 힘든 색조 화장품을 백화점 매장에서 테스트를 해본 후 온라인에서 가격 비교 후 사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오프라인 점포 유지 비용에 줄일 수밖에 없는 회사의 입장도, 간접적인 기여를 전혀 인정받지 못해 억울한 직원들의 입장도 모두 이해가 간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경제활동의 무대가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일터의 노동자들은 ‘고비용 자산’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사고 영화를 보고 주식을 거래하고 대출을 하다보니 오프라인 직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불리한 시대가 됐다. 전통 제조업, 금융업, 상거래 기업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공룡 취급을 받으며 혁신 기업으로의 환골탈태를 주문받는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인력을 잔뜩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 기업들은 직원 수가 적다.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고용 시장이 불안해지면 연출되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금융 당국의 수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청년 고용에 힘써달라고 압박 같은 부탁을 한다. 이외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가계대출 줄여라, 대출금리 낮춰라, 지방 점포 유지해라, 핀테크 혁신해라’와 같은 각종 주문을 은행들에 쏟아낸다. 반면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은 혁신의 총아 대우를 하며 정책적 우대를 해줬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5만 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758명이었다.



쿠팡이 온갖 뭇매를 맞고 있지만 국내에서 4만 명이 넘는 직원을 품고 있다.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도 나오지만 온라인 시대에 말라가는 고용의 물길을 내주는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롯데쇼핑이 비록 지난해 적자를 냈을지언정 1만 6,000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줬다.

세금을 많이 내거나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 대해 우대해주는 문화와 제도가 있다. 반면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들의 ‘숨은 공로’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온라인·AI 시대로 갈수록 심정적인 우대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실질적인 고용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장애인·경단녀·청년 등 취약층 고용을 위한 제도만 있다. 기업이 고용을 안 할수록 유리한 환경이라면 노동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이들은 우울한 온라인 시대를 맞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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