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0명 중 4명 이상이 신용대출을 이미 보유했거나 두 대출을 함께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중 채무자’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앞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다중 채무자들의 이자도 함께 불어나면서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은행·비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동시 차입’ 상태인 대출자 비중은 41.6%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100명 중 이미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신용대출을 같이 받은 사람이 약 42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2012년 2분기 해당 통계가 시작된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누적 기준으로는 1분기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체 차주의 43.9%가 신용대출을 함께 받고 있었다. 누적 비중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반대로 1분기에 신용대출을 새로 받은 사람 중 18.2%, 누적 기준으로 신용대출 차주의 27.1%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갖고 있거나 동시에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끌어 쓴 경우도 적지 않았다.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8.8%의 경우 앞서 전세자금대출이 있거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같이 받았다. 누적 통계에서는 1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상태인 차주의 2.5%가 전세자금대출까지 보유한 이중 채무자였다. 신규와 누적 기준 모두 이중 대출자 비중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등에서는 다중 채무자를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차주’로 정의한다”며 “이처럼 주담대·신용대출, 주담대·전세대출 등을 함께 보유한 차주 가운데 상당수가 다중 채무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종류의 대출을 동시에 사용하는 다중 채무자들은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 8,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윤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부실의 고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핀셋’ 접근법이 효과적”이라며 “특히 금리 상승기에 다중 채무자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만큼 보증 연장, 대환 대출, 채무 재조정 등 다각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