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수출 품목’에 포함될 정도로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국 디스플레이가 3중고에 맞닥뜨렸다. 중국의 추격은 더욱 빨라졌으며 특별법을 통한 정부 지원은 ‘남의 일’이 돼버렸다.반짝 특수를 누렸던 LCD 가격도 수요가 급감하며 업계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은 지난 9월부터 하락세가 뚜렷하다. 21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LCD TV 패널은 32인치부터 75인치까지 모든 사이즈에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는 55인치는 10월 초보다 13.9% 하락한 155달러, 그 다음으로 수요가 높은 43인치는 같은 기간 13.7% 떨어진 88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 데이터도 유사한 추세다. 32인치 LCD TV 패널은 9월 말 기준으로 평균 50달러에 거래되며 74달러였던 8월보다 가격이 32% 급락했다. 32인치도 같은 기간 120달러에서 84달러로 30% 낮아졌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TV용 패널 수요가 둔화되는 정도가 매우 강하다”며 “모바일이나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용 패널에 대한 수요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 2년간의 강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짧은 특수가 끝나가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 LCD 패널을 두고 중국 업체들과 출혈경쟁을 벌였던 과거 시황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LCD 생산 라인을 축소·정리하는 작업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BOE를 필두로 한 중국발 공세는 더욱 맹렬해졌다. 단적으로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줄곧 도맡아왔던 애플 아이폰 신제품 패널 공급 업체에 BOE가 선정된 일을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는 OLED 패널 시장도 과거 LCD처럼 과점 체제가 깨진 후 시장 주도권까지 잃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해 보이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앞서 정치권은 특별법을 마련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국가핵심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국회에 발의된 의안 가운데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더불어민주당의 ‘국가핵심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도 반도체와 배터리·백신만 챙긴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국 수출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180억 달러에 달하는 등 보호할 필요성이 높은 핵심 기술”이라며 “국회에 건의를 계속 넣고 있지만 핵심 기술 지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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