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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강희 여성아동전문 수사관 "상식적으로 이해 안가더라도, 피해자 진술 배척해선 안되죠"

[전문수사관이 뛴다] <3>

여성아동 사건만 9년 전담 '베테랑'

2016년 공인인증 수사관으로 선정

"성폭력·아동학대 세밀한 조사 필요

포렌식·DNA감정 등 수사기법 활용"

<전문수사관이뛴다>배강희 의정부지검 형사4부 수사관./의정부=오승현 기자




“사건 당시 아이 눈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배강희 의정부지검 형사4부 수사관은 지난 2일 서울경제와 만나 2010년 성폭력 전담 검사실에서 수사한 첫 사건이 본인을 여성아동전문수사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피해자인 A양은 친부·친조모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친부가 A양을 추행하면서 평화로운 수면 시간은 악몽으로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친족 사이 성범죄 자체가 공론화되지 않아 생소했던 때였다. 배 수사관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부분들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반복해서 질문했다. 배 수사관은 “그때는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친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 수사관은 이후에도 성폭력 사건 수사를 담당하며 피해자마다 사건 후 대처 방식이 다르고, 상식 밖의 사건들이 많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또 친부가 친모 등 가족 눈을 피해 친자매들을 각각 성폭행한 사건에서는 ‘일반 상식에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진술을 섣불리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피해자를 보듬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또 배 수사관이 9년 동안 여성·아동 범죄 수사에 매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배 수사관은 수사 과정에서 쌓은 경험으로 지난 2016년 하반기 공인인증심사회를 거쳐 여성아동분야 공인인증수사관으로 선정됐다. 검찰에서 공인인증수사관 제도를 시행한 첫 해였다. 여성아동전문수사관은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발달장애인 등 수사를 3년 이상 수행한 실적을 바탕으로 대검찰청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수사관에게 부여된다. 현재 대검에서 선정한 여성아동 공인인증수사관은 18명이다. 성폭력과 아동학대가 국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 형사 사건 조사만 해 본 경험으로는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어려운 점은 검찰에서 여성아동분야 전문수사관을 두게 된 배경이기도하다.



배 수사관은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당사자에 대한 조사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라 여성 수사관으로서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진술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물적 증거를 수집하는 동시에 진술의 모순을 파악해 간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포렌식은 물론 범죄현장 CCTV 분석, DNA 감정, 심리·생리 검사 등까지 다양한 수사기법이 혐의 입증에 활용된다는 게 배 수사관의 설명이다. 아동이나 장애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진술분석 전문가들에게 진술 의뢰를 맡기기도 한다. 혐의 입증을 위해 모든 수사기법을 총동원하는 셈이다. 배 수사관은 과학 수사가 꼬인 실타래를 푼 사례로 앞서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송치된 특수강간 사건을 꼽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취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가해자들은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감정실이 경찰에서 압수한 피해자 속옷을 DNA 검사해 가해자 3명의 정액을 검출했다. 결정적 증거는 곧 피의자들의 자백으로 이어졌다. 결국 가해자 3명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대검 형사부 과학수사 우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배 수사관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이 언뜻 보면 믿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피해자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문수사관이뛴다>배강희 의정부지검 형사4부 수사관./의정부=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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