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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일·생활 균형은 저출산 해결의 지름길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 하지만 유엔(UN)의 올해 ‘세계행복지수’ 조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로 꼴찌를 겨우 면했다. 한국의 경우 특히 근무환경 면에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가 한 해 동안 일하는 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 1,687시간보다 221시간 더 길었다. 한국은 그동안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이 큰 사회였고 ‘221시간’은 홀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아버지들이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한 채 일터에서 보낸 시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성 혼자 가정의 생계를 부양했던 문화는 점차 바뀌고 있다. 2019년부터는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크게 떨어지는 30대에서도 맞벌이 가구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또 2019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60% 이상의 비율로 ‘여성이 가정일과 관계없이 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이처럼 가정 경제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에 발맞춰야 할 현실은 더디게 바뀌고 있다. 2019년 맞벌이 가구가 하루 중 ‘가정 관리’와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로 보낸 시간은 아내가 3시간 7분, 남편이 54분이었다. ‘가정 일’이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성에게 편중된 돌봄 책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불평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여성을 믿음직한 근로자로 보기 보다는 돌봄의 주체로 여기며 채용 자체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간극이 청년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결국 저출산 위기 극복은 남녀 모두의 일·생활 균형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육아휴직 제도는 잘 갖춰진 편이나 제도의 이용이 양성평등하지는 않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중 24.5%만이 남성이었다. 일·생활 균형 제도에서 남녀 간 불평등한 사용은 기업 내 성별격차를 벌리고 결국 여성의 고용유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제가 올해 7월부터 5인 이상 모든 기업에 전면 적용되면서 일·생활 균형을 위한 기반은 마련되었다. 이제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으로 늘어난 시간이 가정 내 부부의 평등한 가사와 돌봄 분담으로 이어져야 할 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30 청년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파트너의 적극적 양육 참여’, ‘파트너의 공평한 가사 분담’을 출산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독박 육아’, ‘독박 살림’을 탈피하는 것이 저출산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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