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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은, 회사채·CP 직매입 SPV 연장 운영하나

금융당국, 연말 종료 앞두고 3개월 연장 고심

운영 1년간 저신용 회사채 4조 원 어치 인수

금리 급등 속 시장 경색 우려에 '연장' 힘실려





금융당국이 12월 말 종료되는 산업은행 산하 기업 유동성지원기구(SPV)의 연장을 고심하고 있다. SPV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나 CP(기업어음) 등을 직매입해 자금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설립된 후 두 차례 일몰 기한을 연장하며 시장 안정 기구로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 관련 위험이 높아지고, 글로벌 금리가 급등하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돼 SPV의 연장 운영에 힘이 쏠리는 형국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운영하는 SPV의 일몰을 앞두고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SPV를 연장 운영할 경우 기간은 내년 3월까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PV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1년여간 약 4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 직접 참여하거나 주관업무를 맡아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3년여만에 자금시장에 복귀한 이랜드월드(BBB)에도 발행 회사채의 80%(800억 원)를 인수하며 실탄을 지원한 바 있다. 기업들이 회사채 미매각을 면해 추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SPV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회사채 매입기구를 벤치마킹해 만든 제도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정부가 1조 원을 출자하고 산업은행이 후순위 대출로 1조 원을 조달해 재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8조 원 한도로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공급하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매입 대상은 AA~BB등급 회사채와 A1~A3등급 CP·전단채다. 올해부터는 우량등급(AA) 매입 비중을 30%에서 25%로 낮추고 비우량채(A~BBB) 비중을 70%에서 75%로 늘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SPV의 매입 규모는 4조 원이다. A등급(단기신용등급 A2등급)이 54.3%(2조1,491억 원)로 가장 많았고 △AA등급(A1) 30.8%(1조2,200억 원) △BBB등급(A3) 14.9%(5.920억 원) 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올해 저신용(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역대급 활황을 기록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역대 최저 금리 기조가 이어져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부각된 덕분이다. 그러나 3분기 들어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 등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불거져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시장에서는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등 매수 수요가 크게 줄어든 만큼 SPV의 운영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연초 10대 1을 넘었던 A급 회사채 경쟁률은 9월 이후 3대 1에도 못미치며 쪼그라들었다. SPV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아주산업(A-)과 DL건설(A-)은 가까스로 투자 수요를 채웠으나 디티알오토모티브(A), 더블유게임즈(A-), HK이노엔(A-) 등은 잇따라 미매각을 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상반기(약 5조5,000억 원) 대비 1조원 넘게 많은 약 7조 원 규모의 저신용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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