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자산만 130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선단 공정에서 기술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의 생존을 결정짓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인텔과 TSMC 등도 설비투자에 각별히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 4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중대 발표를 했다. TSMC는 이를 증명하듯 3분기 67억 7,000만 달러(약 7조 9,800억 원)를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올해 누적 자본지출(CAPEX) 규모만 215억 8,000만 달러(약 25조 4,6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 해 TSMC가 투입한 자본 지출 규모(약 21조 원)보다도 훨씬 큰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본격적인 샅바 싸움이 벌어진 상황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TSMC의 차별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공룡’으로 불리는 인텔도 잇따라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들의 투자전(戰)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3월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이래 미국 애리조나주(약 22조 원)와 뉴멕시코주(약 4조 원), 유럽(약 110조 원) 등 수년간 주요 지역에 설비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이 이처럼 설비투자에 막대한 금액을 퍼붓는 것은 고사양 저전력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미래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이는 반도체 시장의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것으로,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계속해서 도입하고 발전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엄중한 시장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자율주행, 빅데이터, 고성능컴퓨팅(HPC) 등 초미세 공정으로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반도체 수요가 우상향하는 상황에 맞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고 짚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서둘러 신규 공장(P4)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은 설비투자의 기본이 부지 확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5㎚(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수적인데 이 장비는 기존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보다 더 넓고 높은 공장을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가 평택 P3 착공에 들어갔을 때도 기존 생산 라인인 P2는 길이가 400m대였지만 P3는 700m대로 부지가 훨씬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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