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불과 일주일 만에 뜯어고쳤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전망했으나 이보다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일 한은 조사국은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에 대한 평가’를 통해 “11월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전망 당시의 예상 수준을 상회하면서 올해 연간 상승률은 11월 전망수준인 2.3%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국은 당초 11월 소비자물가가 10월 수준(3.2%)을 웃돌 것으로 봤으나 예상보다 물가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통신비 지원의 기저효과가 대부분 사라졌으나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됐고 내구재, 섬유제품, 외식 등을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11월 35.5%로 10월(27.3%) 수준을 크게 넘었다. 채소가격도 한파와 배추무름병 등 영향으로 9.3%로 반등했다. 11월 채소가격은 2003년 이후 줄곧 전월 대비 하락했으나 올해는 8.0% 올랐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향 조정하기 급급한 상황이다. 조사국 물가 전망은 올해 2월 1.3%에서 5월 1.8%, 8월 2.1%에서 11월 2.3%로 점점 높였다. 이마저도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시인하면서 불과 일주일 만에 물가 전망을 고친 상황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국제유가 흐름,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점차 둔화되겠으나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 확대, 공급병목 영향 등으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으로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병목이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국내에서도 물가상승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중순 물가설명회에서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재차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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