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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조 없인 '핵공유'도 어렵다"…삼각동맹 흔드는 '현해탄 냉기류'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북중러 결속 맞서 한일 협력 절실한데

한일 갈등으로 외교안보까지 파장미쳐

과거 정부, 日우경화에도 군사협력 모색

참여정부시절 연구용역 보고서 살펴보니

정보공유·미사일방어 등 협력 강화 제안

기뢰제거, 기지공동사용 방안 제시되기도

대선후보들도 한일공조 로드맵 마련해야

우리 해군의 구축함 세종대왕함(맨 앞의 함정)이 지난 2012년 6월 22일(현지시간) 동중국해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및 일본 자위대 구축함과 연합훈련을 하는 가운데 시호크 헬리콥터가 대잠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북한·중국·러시아가 한층 밀착하면서 안보 균형을 맞출 한미일 삼각동맹 결속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특히 삼각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 협력의 복원이 절실하다. 미국은 한미일 간 안보 공조를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현해탄을 사이에 둔 한일 관계는 지난 5년여간 냉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두승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근래에 미국이 호주·영국과 3각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킨 것은 한미일 안보 체제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행보로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일 관계가 역사 갈등, 경제제재 앙금 등으로 꼬여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를 양국 관계로만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은 한미일 동맹의 큰 체제로 보고 움직이려 하고 있다”며 “한일 협력을 개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정부는 어땠나

한일 관계 경색의 근본적 원인은 가속화하는 일본의 우경화다. 과거 우리 정부는 일본의 우경화 속에서도 진보·보수 정권을 초월해 한일 군사 협력을 모색했다. 양국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지난 1994년부터 국방정책실무협의회 및 방공실무협의회(한일 군용기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소통 채널)를 가동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1999년 한일 해군의 해상 수색 구조 연합훈련을 개시했다.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는 한층 포용적으로 대일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겨냥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본을 6자 회담의 일원으로 계속 포용해 동북아 다자 안보의 틀을 지켰다. 또한 양국 간 ‘셔틀 외교’를 개시해 첨예한 외교안보 문제를 풀어보려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4월에는 한일 방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위안부 갈등 문제로 일본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2014년 한미일 정보 공유 약정,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맺어 본격적인 군사 협력 강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016년 한미일 안보 협력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결과 1단계(군사기술 협력 3자 협의체 신설 등), 2단계(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등), 3단계(첨단 미래 전력 공동 개발 등)를 점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16년 6월 2일 아시아안보회의 회담장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제 12차 한미일 국방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경두 국방장관,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사진제공=국방홍보원


한미 ‘핵 공유’의 난제

북한과 중국의 핵 군사력 팽창도 한일 군사 협력의 필요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미과학자연맹(FAS)의 ‘세계 핵 무력 현황’ 및 ‘핵 무력 노트’ 자료 등을 기준으로 집계하면 북중 양국의 핵탄두 재고량은 2014년 최대 약 260개(중국 250개, 북한 10개 미만)이던 것이 2021년 중반기까지 52%나 폭증해 395개(중국 350개, 북한 45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 중반기 현재 러시아의 핵탄두 재고량 추정치(6,257개)까지 감안한다면 총 6,652개의 북중러 핵탄두가 한일 양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북중러의 핵 무력 팽창을 억제하려면 미국 핵무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안보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을 배제한 채 한미 양자 간 핵 공유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 이유에 대해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미국이 어떤 국가에 핵무기를 배치한 후 (양국 간에) 1 대 1로 공유한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핵 공유는 어느 한 국가가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과 다자 공유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만약 한반도 안보 등과 관련해 핵을 전진 배치하기로 결정한다면 한국에만 공유하는 한미 양자 간 핵공유협정이 아니라 일본·호주 등 주요 역내 국가들까지 포괄하는 다자간 핵공유협정이 될 수 있다는 게 박 원장의 분석이다.

일본 요코하마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수송기 C-130 허큘레스 2대가 지난 2014년 4월 18일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썬더'에 참여해 중장비 화물을 훈련지역에 낙하하고 있다.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 및 물자지원을 위한 후방기지 역할을 하게 되므로 한일 관계가 한미일을 비롯한 동북아 안보균형에 매우 중요함을 상기케 하는 장면이다. /사진제공=미 공군


현해탄 해빙 방안은

한일 군사 협력 방안과 관련해 한 예비역 장성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노 전 대통령 시절의 노력들을 상기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당시 아베 신조 정권 출범으로 일본 내 극우 단체와 정치인들이 기승을 부릴 때였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일본에 당당하게 할 말은 하면서도 안보 군사 협력 차원에서는 역내 다자 안보 구축을 위해 일본을 적극 끌어안으려 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군 당국은 일본의 우경화 속에 한일 군사 협력을 모색하려는 취지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비공개 보고서를 살펴보니 “비군사적인 측면에서의 협력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해 군사적 분야에서의 협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한일 관계에 대한 제언이 담겨 있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성장하는 중국이 평화 굴기적 태도를 버리고 갑자기 주변국에 대해 패권주의적 태도를 보이거나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를 대비한 위험 분산 조치, 즉 미일 동맹의 대중국 헤징 전략에 참여해 중국으로부터의 불확실한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2017년 7월 11일 홍콩방문 일정을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 중국의 해상 군사력 팽창은 한미일 삼각동맹 및 한일 군사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제공=신화망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국방부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를 참조해 작성


보고서는 우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한미 동맹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일 3국 간 군사 협력을 위한 정보 교류 체제 구축과 평시 연합훈련 실시에 중점을 두는 한편 유사시에 대비한 협력의 범위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정책 건의를 했다.

보고서는 한미일이 우선 낮은 단계의 군사 협력(재난 구조, 수색 협력 등)을 추진한 후 점진적으로 강화된 중간 단계의 군사 협력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중간 단계 군사 협력 방안으로는 공해상 기뢰 제거, 공해상 의심 선박에 대한 임검(임의 검문검색),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병참 지원 협력, 정찰 정보 공유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당시로는 추진이 어렵지만 한미일이 모색할 수 있는 높은 단계의 군사 협력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일 기지 및 시설 공동 사용, 비전투원 후방 대피, 방공 작전, 미사일 방어를 꼽았다.

이 중 수색 구조 훈련과 같은 낮은 단계의 군사 협력은 1999년부터 일부 시작돼 2017년까지 진행됐으나 이후 한일 관계 급랭으로 중단됐다. 중간 단계 이상의 협력은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나마 한미일 정찰 정보 공유를 강화할 수 있는 한일 간 지소미아가 2016년 체결됐지만 2019년 8월 양국 갈등 속에 종료됐다가 미국 등의 개입으로 11월 복원(협정 연장)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따라서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한일 간 군사 협력의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여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를 이끌어내고 미일 동맹 강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주요 대선 주자들이 국방 안보 협력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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