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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부터 포스코까지 '뜨거운 감자'된 물적분할, 해법은 무엇? [선데이 머니카페]

포스코 물적 분할 결정에 4% 급락, 국민청원도 등장

SK이노베이션은 분할상장 재동걸린다 소식에 9% 급등

물적분할 주주들만 피해본다 확신 속 주가 상승세 막는 모습

분할이 문제가 아니라 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 주주가치 훼손

기업의 일방적 분할 막고 주주가치 훼손 방지할 해법 찾아야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본사 앞에서 노조가 회사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경제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포스코(POSCO(005490))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 분할 시도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본인을 30대 가장이자 개미 주주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포스코는 주가가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물적 분할을 발표해 주가는 폭락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와 같은 소액 주주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에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죠. 청원인은 포스코 지분 9.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물적 분할에 대해 반대 표시를 할 것과 물적 분할을 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17일에도 물적 분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SK에코플랜트 노조가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 앞에서 회사 플랜트사업의 물적 분할을 반대하는 집회가 연 거죠. 노조 측은 물적 분할의 목표가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하며 회사 측의 일방적인 물적 분할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물적 분할이 대체 뭐길래 이처럼 주주와 회사, 그리고 노조까지 얽힌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걸까요. 이번 주 ‘선데이머니카페’에서는 올 들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진행하고 있는 물적 분할이 무엇인지, 물적 분할을 둘러싸고 점차 깊어지는 갈등의 골을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지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물적 분할 가능성에 울고 웃는 주가…왜?


지난 10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통해 회사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으로 물적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나빴다고 보는 편이 맞는데 이날 주가는 무려 4% 이상 급락했죠. 최근 포스코가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니 주주들 입장에서는 물적 분할이 악재가 됐다고 불만을 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일어났습니다.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장중 주가가 10% 이상 오르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앞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SK온을 설립한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관한 제도적 개선 장치를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SK온의 상장이 무산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죠.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포스코 물적 분할 반대 청원글. 19일 오전 기준 3,307명이 참여했다. /게시판 캡처


두 사례를 보면 한국 증시에서 ‘물적 분할’이라는 단어가 확실한 악재로 자리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명쾌해집니다. 하지만 사실 기업을 쪼개는 기업 분할 자체는 회사의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아니, 복잡한 사업을 다양하게 가진 거대기업을 적절하게 잘 쪼갤 경우 오히려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적정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분할 자체가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건 과거 물적 분할을 했던 회사 대다수가 실제로 주가 약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 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051910)입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주가의 고속 성장을 견인해온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발표해 증시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실제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215% 급등했던 LG화학의 주가는 계획 발표 후 줄곧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갑니다. 계획 발표 하루 전 주가가 68만 7,000원이었는데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69만 7,000원으로 소폭 상승한데 그친 거죠. 과거부터 LG화학에 투자해왔던 주주들이라면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하지 않았더라면 주가가 어땠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게다가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1월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현재 LG화학의 주가는 더욱 약세를 띌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죠. LG화학과 비슷하게 배터리·석유 사업 부문을 분사하겠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물적 분할을 발표하기 하루 전 주가는 29만 5,500원이었는데 거래소의 분할 상장 제동 가능성이 불거지기 전 21만 원까지 추락했죠.

개인 투자자들 “물적 분할은 소액주주만 손해 보는 구조”


그렇다면 물적 분할한 회사들의 주가는 왜 다들 약세에 시달리게 된 걸까요. 이건 전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잘못된 선례를 남긴 탓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업 분할 자체는 이론적으로 볼 때 기업 가치에 전혀 부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보는 게 맞지만 국내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자마자 새롭게 증시에 상장할 준비를 하며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죠.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업 분할 방식을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을 나누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입니다. 다소 복잡한 개념입니다만 주주 가치(지분)만을 두고 단순하게 구분해보겠습니다. 예컨대 A라는 상장 회사 쪼개서 50%의 자산을 가진 B회사와 나머지 50%의 자산을 가진 C회사로 나눈다고 해볼게요. 이때 인적분할 방식이라면 A회사의 주주는 A회사 주식 대신 B회사와 C회사에 대한 소유권(지분)을 5 대 5의 비율로 가지게 됩니다. 두 회사의 상장은 그대로 유지되죠. 만약 내가 A 회사의 주식 10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두 회사의 분할·재상장 후 B회사의 주식 5주, C회사의 주식 5주를 각각 가지게 될 겁니다.

하지만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자산을 5대 5로 B사와 C사가 나눠 갖되 B사는 상장회사로 그대로 두고 C사는 새롭게 비상장 회사로 만들어 B사의 100% 자회사로 두는 겁니다. 그러면 C사가 나눠 가진 자산 50%가 그대로 상장사 B사에 반영되니 B사의 기업 가치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원래 A사 주식 10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라면 앞으로 B사의 주식 10주를 가지면서 기존 주주 가치를 인정받죠.

LG화학이 지난해 9월 물적 분할해 신설한 LG에너지솔루션은 분할 결정 1년 5개월 만에 증시에 상장한다. /서울경제DB


그런데 여기서 만약 C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상장하는 일이 벌어지며 어떻게 될까요. C사는 나눠 받았던 A사의 자산 50%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받아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자산 50%를 떼준 A사의 주주들로서는 자산이 반 토막 난 B사의 주주로 남게 되는 겁니다. 주주로서는 느닷없이 주주 가치가 절반이 된 셈이니 ‘눈 뜨고 코 베였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면 대체 기존 주주들이 잃어버린 가치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물적 분할 후 신설 법인의 주주들이 가져가게 될 겁니다. 주로 모회사의 대주주일 테고 신설 법인으로 옮겨간 직원들 중 우리사주 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소위 ‘대박’을 치게 되겠죠. LG화학에서 물적 분할한 후 신설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따상’을 가면 직원 1인 당 평균 4억 4,000만 원의 차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최근 화제가 됐는데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액 주주들이 누렸어야 할 이익을 기업과 대주주만 누린다”며 불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해 보일 정도입니다.

기업의 일방적인 분할이 문제…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이처럼 소액 주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물적 분할이지만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유는 있습니다. 배터리나 신소재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등으로만 자금 조달을 계속 한다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돼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경영권 위협이 두려워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죠. LG화학 등의 기업 분할 안건에 대해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 등이 ‘찬성’을 권고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 자금 조달의 문제로 주춤하고 있다면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맞는다는 판단인 거죠.

그 방식이 기존 주주도 과실을 나눠 갖는 인적 분할이면 안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은 비슷합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율 최소 한도로 보유하고 있는 국내의 대기업 구조 상에서 기존 주주들이 지분을 그대로 나눠 갖는 인적 분할을 실시할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분율 희석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예컨대 LG화학을 인적 분할 방식으로 쪼갰을 경우 지주회사 LG의 지분율이 30% 밖에 안돼 대규모 투자금을 유지할 경우 지주회사 지분율이 금세 쪼그라들어 경영권 위협에 대한 부담이 생기는 거죠. 하지만 물적 분할을 할 경우에는 모회사가 100% 지분율을 가져가니 상당히 많은 투자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포스코 역시 지주사-사업회사 체계로 변경하면서 인적 분할을 할 경우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 30%를 확보해야 해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포스코의 주장처럼 단순히 사업 회사를 분리해 철강회사의 이미지를 지우고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이 확실하다면(자회사 상장을 결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확실하다면) 주주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낳는 인적 분할보다야 물적 분할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10월 SK텔레콤을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인적 분할하는 안건을 표결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신분 확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주주들이 과연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분할에 동의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분할이 주주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회사 측의 일방적인 결정 속에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앞서 SK에코플랜트의 사례만 보더라도 회사 직원들조차 분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뉴스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 한국 기업의 현실입니다. 심지어 분할 후 주주 서한이라도 제대로 보낸 기업이 있었나 싶네요. 갈등이 겉 잡을 수 없이 커진 소수 회사만이 배당 등을 늘리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경우는 있었습니다만, 주주들의 배신감을 달래기는 뒤늦어 보였습니다.

분할의 과정에서 주주 가치 훼손에 직면한 소액주주들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고민한 기업이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물적 분할을 할 경우 모 회사 주주들에게 신설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손해를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물적 분할을 한 후 곧바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해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킬 경우 천문학적인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기에 엄두도 안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은 한국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통계적으로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는 해당 사업 가치의 일정 부분만큼 시가총액 상실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회사의 경영진은 이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며 이사회는 전혀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어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 누리는 이익은 거의 없다”며 “최근 자회사 분할 및 상장 이슈에 노출된 주요 기업의 경영자와 이사진들은 투자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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