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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궁극 목표는 자립… 쌀 보다 꿈 줘야죠”

유원식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

기존 단순 지원·배분 위주서 탈피

노숙인 바리스타로 채용하는 등

희망 실현 가능한 기회 제공해야

자선·후원 사업 더 활성화 하려면

급식 바우처·세제 등 개선 필요해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




“자선 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이 더 나와서는 안 됩니다.”

국제 구호 개발 단체인 ‘희망친구기아대책’의 유원식(사진) 회장은 23일 서울 염창동 본부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자선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회장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에서만 33년을 일해온 IT 전문가다.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본부를 거쳐 한국휴렛팩커드 부사장,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한국오라클 대표를 지낸 후 지난 2015년 3월 기아대책 회장으로 취임,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기아대책은 1989년 탄생한 국내 최초의 민간 국제 구호 개발 단체로 1998년 사회복지법인을 별도 설립해 국내외에서 자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약 15만 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해외 50개국에 500명의 봉사단을 내보냈다.

유 회장은 기존 배분 위주의 자선 활동 방식이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시설에서 나온 18세 이상 청소년들이나 노숙자들에게는 쌀도 중요하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꿈을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우리의 가장 큰 역할은 중소기업이나 중견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선이라는 것이다.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




기아대책에서 진행하고 있는 커피 공정 무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커피를 산지에서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온 후 국내 카페를 통해 판매하는 이 사업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는 150가구가 커피 재배를 할 수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10명의 노숙인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라는 일자리를 얻었다. 유 회장은 “노숙인 바리스타의 경우 1년간 의무 고용을 거친 후 취업 또는 창업에 나서게 된다”며 “해외에는 자립 기반을, 국내에는 일자리를 제공한 셈”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구호 개발 사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당장 필요한 식량을 주거나 우물을 파주는 사업에 역점을 뒀지만 지금은 아동교육과 우물 정비 보수 기술 이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후원자들의 관심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한 해에 5개씩 총 100개의 학교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부자가 있는가 하면, 유치원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고액 기부자도 존재한다. 자선의 방향이 단순 지원에서 자립 기반 제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아동들이 크게 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급식 바우처의 경우 아동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급식 바우처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결식아동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세제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자선 활동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접근 방식은 세금을 많이 거둬 정부가 나눠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선에 나설 수 없다. 후원자들에 대한 세금 혜택을 제공해 민간 분야에서 더 많은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아이들에게 늘 자신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명심하고 꿈을 갖고 자신의 세상을 만들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이렇게 한다고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미래는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도 바뀌겠죠.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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