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對中)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하자 중국과 수직적 결합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0.26%포인트 떨어지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매출이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이 내년에도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손민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후방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2017년 1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주요 32개국의 산업별 대중 수출을 통해 미·중 관세 분쟁이 제3국 교역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 행정부는 2018~2019년 다섯 차례에 걸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수입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이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미국의 대중 수입 관세가 제3국 대중 중간재 수출에 미친 후방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무역분쟁이 격화된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주요 32개국의 GDP 증가율이 0.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세계 각국이 긴밀히 연결돼있는 만큼 미국이나 중국의 무역 정책 영향이 전 세계로 파급된 것이다. 미국이 대중 수입 관세는 중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고, 중국의 중간재 수요를 위축시켰다. 이에 주요 32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2.7%포인트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GDP 증가율이 0.26%포인트 하락하면서 32개국 가운데 대만(-0.53%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와 대만 모두 중국과의 수직적 결합 정도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 국내기업들도 미·중 갈등으로 인한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국내 상장 제조사 대상 분석 결과 미국의 대중 관세로 국내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약 2.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의 주가수익률도 비슷한 정도로 떨어지면서 시장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이 2021년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미·중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한은도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미·중 갈등 심화를 경제 하방 요인으로 지목한 상태다. 손 부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중국과의 수직적 결합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적잖은 영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라며 “중장기적으로 특정 산업 또는 국가에 대한 수출집중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 다변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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