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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터렐·구사마까지…빛과 함께한 거장들 서울을 수놓다

■'빛: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빛' 주제 43인의 작가 110점 전시

계몽주의서 인상주의·현대미술까지

200년 관통 예술속 빛의역사 펼쳐

브렛 '英해협'·터렐 '레이마르, 파랑'

구사마의 거울 설치작품 등 압권

북서울미술관서 내년 5월8일까지

존 브렛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빛이 있으라!”

성경의 창세기 첫 문장인 이 외침은 ‘보는 일’에서 출발하는 시각예술의 근간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은 신이 창조한 빛을 그림 위에 최대한 생생하게 구현하려 애썼고, 그 도전과 혁신의 역사가 미술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백남준이 철제 TV케이스 안에 촛불 한 개를 세워 밝힌 1975년작 ‘촛불 TV’는 신을 향한 경건한 믿음을 상징하는 촛불과 새로운 문화 지배자로서 대중을 장악한 텔레비전의 묘한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술 속 ‘빛’의 장엄한 역사를 보여주는 이 전시에는 18세기 계몽주의 화가부터 인상주의 거장 클로드 모네, 현대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구사마 야요이까지 200년 이상을 관통하는 거장 43명의 작품 110점이 망라됐다. 지난 7월 개관한 상하이 푸동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테이트미술관 소장품전’ 중 라파엘전파를 제외한 작품들이 모두 서울로 향했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의 ‘태양 속에 선 천사’


가장 오래된 작품은 영국 산업혁명의 선구자이자 계몽주의 화가로 불리는 조셉 라이트(1734~1797)의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과 나폴리만의 섬’이다. “바다의 평온함과 화산의 맹렬함, 달과 구름에서 반사된 차가운 빛과 지옥처럼 뿜어난 불과 용암”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이 작품은 자연의 장엄한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준다. 낭만주의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빛의 창조’를 노골적인 종교화 기법으로 그린 조지 리치먼드(1809~1896) 등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한다.

영국 문학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미술에서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가 그 같은 위상을 갖는다. 터너의 ‘태양속에 선 천사’는 대천사 미케엘의 출현을 예고하는 장면을 말 그대로 ‘눈부시게’ 담았다. 평생 아버지의 보살핌 속에서 살았다는 그는 부친의 타계 후 급격하게 추상성이 강해졌는데, 이 그림 또한 아담과 이브, 아베과 유디트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빛과 함께 부서진 듯 윤곽선이 흐릿하다.

클로드 모네와 알프레드 시슬리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방 한가운데에 구사마 야요이의 거울 설치작품이 놓여있다.




빛의 효과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인상주의 회화는 프랑스에서 꽃을 피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궂은 날씨로 유명한 영국 미술의 영향을 받았다. 블레이크나 터너는 야외에서 사생하면서 날씨를 꼼꼼하게 기록한 후 그림을 그렸다. 존 브렛(1831~1902)이 그린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은 화폭 저 위쪽 어딘가에서 쏟아진 햇살이 바다에서 눈부시게 퍼져 나가는데, 녹색에 가까운 파란 바다 위로 떨어지는 빛이 분홍색이다. 풍부한 색감이 실제 바다 앞에 서 있는 듯 눈부시다. 그 옆으로는 모네의 ‘포흐빌레의 센강’과 ‘엡트강 가의 포플러’가 걸렸다. 이 전시를 준비한 오연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모네는 1870년 보불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피신했다가 블레이크의 작품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와 날씨를 기록해 그린 영국의 화가들은 인상파의 두터운 화면과 달리 얇게 그려 맑은 빛의 느낌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창문으로 쏟아진 빛 그림자를 카페트에 새긴 필립 파레노의 작품.


근대 명화들을 가로지르는 현대미술가들의 설치작품은 전시의 백미다. 구사마 야요이의 거울 설치작품 ‘지나가는 겨울’은 사방 표면이 거울로 이뤄졌다. 둥근 구멍 안을 들여다보면 녹색으로 퍼져나가는 무한 반사의 방을 경험할 수 있다. 필립 파레노는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햇빛을 바닥 카페트 작품으로 구현했다.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어디에도 창문은 없다.

제임스 터렐


올라퍼 엘리아슨


피터 세줄리


올라퍼 엘리아슨의 ‘우주 먼지 입자’는 큰 구형 다면체가 행성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다. 서서히 회전하며 그림자를 바꿔가는데, 둥근 형태 뿐만 아니라 주변에 흩뿌려진 파편같은 빛 그림자가 관람 포인트다. 명상적 작업으로 유명한 제임스 터렐의 ‘레이마르, 파랑’은 벽면에 파란 조명이 배치된 평면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m 남짓 안쪽에 설치된 작품이다. 빛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착시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공간감과 환영의 묘미가 탁월하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근현대미술은 빛의 물리학과도 관련이 깊어 예술과 과학을 연결해 살펴보는 일도 중요한 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는 지난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로 3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두 번째로 기획한 해외 걸작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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