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부터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웠으나 지난해 보장률이 65.3%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70%에는 미치지 못하는 데다 같은 기간 국민의 보험료 부담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총진료비 102조 8,000억 원 중 건강보험 가입자 부담금은 67조 1,000억 원, 법정 본인부담금은 20조 1,000억 원, 비급여 진료비는 15조 6,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2019년(64.2%)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62.7%, 2018년 63.8%, 2019년 64.2%에 이어 지난해 65.3%다. 보장률은 연 평균 0.86% 늘었다. 보장률이 소폭 상승하는 동안 직장인이 부담하는 건보료율은 연 평균 2.9%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직장인 건보료율은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올해 2.89% 인상됐다.
법정 본인부담률은 19.5%로 전년(19.7%) 대비 0.2%포인트 줄었고,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5.2%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성형·미용 목적의 보철비나 일반 의약품 등을 제외한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이 전년(69.5%)보다 0.5%포인트 증가해 70.0%에 달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초음파 급여 확대 등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 질환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주로 중증 질환자가 찾는 상급 병원의 보장률이 높아졌다. 종합병원의 보장률은 0.5%포인트 늘어난 67.2%로, 종합병원급 이상 전체의 보장률은 0.5%포인트 증가한 68.6%였다. 공공의료기관 보장률도 1.2%포인트 늘어 72.6%를 기록했다. 동네의원의 보장률은 2.4%포인트 증가한 59.6%였고, 요양병원 보장률도 1.6%포인트 늘어난 70.4%로 집계됐다.
반면 병원급의 보장률은 각급 의료기관에서 유일하게 하락하면서 전년 대비 1.6%포인트 감소한 49.8%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재활 및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료, 처치 및 수술료 등 비급여 비중이 늘어난 것이 검사료나 주사료 부문의 비급여 항목 감소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했다.
백혈병과 림프암, 췌장암 등 ‘1인당 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은 82.1%로 0.8%포인트 늘었고, 이에 치매·패혈증·결핵 등을 더한 ‘상위 50위 질환’ 보장률은 80.1%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두 항목 모두 2016년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중증·고액 진료비를 제외한 질환의 보장률도 꾸준히 상승해 2020년도 기준 58.2%를 기록했다.
건보공단은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에 더욱 이바지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정책 평가를 위한 다양한 보장성 지표 산출 및 지표 체계화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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