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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추월형 국가 전환이 시대과제…美 DARPA 같은 R&D 개조 시급"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 2 >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인터뷰

교육부, 규제로 창의인재 육성 막아…해체 등 특단책 필요

나눠먹기식 정부 R&D 지원, 미래 원천기술 개발에 투입을

과기부 산하 출연연만 25개…통폐합하고 자율성 보장해야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팍스 테크니카(기술 패권) 시대에는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국가 연구소)의 파괴적 혁신이 없으면 국가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리더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의 권오경 회장(한양대 석좌교수)은 4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추격형에서 벗어나 추월형 국가로 전환하는 게 시대 과제”라며 “그 선두에 대학과 출연연이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는 대학의 교육·연구 혁신, 기술 사업화에 족쇄로 작용해온 교육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할 정도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가 대학의 혁신 노력에 대해 규제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추월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 혁명과 대학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공계 신입생들에게 기초 수학과 과학을 다시 가르쳐야 할 정도이고 인성 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경우도 적지 않다”며 “대학에서도 여전히 교육의 주체가 교수이고 학생은 따라가는 식”이라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부의 직간접적인 규제와 간섭이 없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존 교육 환경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신산업을 키울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중고에서도 교사가 교육과정을 조금만 확대해 가르쳐도 문제를 삼는 상황에서 학교장과 교사의 재량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임팩트 있는 연구가 부족하고 기술 사업화가 활발하지 못한 국내 대학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교수 임용·승진·재임용 평가가 주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수와 특허 수, 연구비 수주액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량 평가가 주요 지표로 사용돼 연구 목표가 도전적이지 못한 풍토가 됐다”고 한탄했다.



올해 대학·출연연·기업 등에 지원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시스템도 나눠 먹기식이라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5~6년 내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 과제는 정부 예산보다는 기업 연구비가 투입돼야 한다”며 “현재는 정부 R&D 지원에서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R&D 지원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성실 실패’가 용인되는 미래 원천 기술 개발 연구에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정부의 R&D 예산은 약 30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그는 R&D 과제 선정 과정에서 학연·지연 등을 피하기 위해 비전문가가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또 국가 임무형 연구에 주력해야 할 출연연이 고질적인 PBS(과제 중심 연구 시스템)로 인해 연구비 수주가 가능하다면 자잘한 연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출연연에서 약 50%의 연구비는 정부와 기업에서 R&D 과제를 수주해 충당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출연연이 미래 원천 기술,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우주·국방 등 전략 기술 위주로 연구할 수 있게 재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만 25개에 달할 정도로 숫자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며 출연연 통폐합을 주장했다. 정부의 과도한 간섭에 따른 출연연의 자율성·독립성 훼손 문제도 차기 정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대학과 출연연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과거보다는 좋아졌으나 여전히 글로벌화가 미진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대학 등에서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 전보다 상당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화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은퇴하면 벤처스타트업과 실리콘밸리를 연결하는 글로벌 멘토링에 나설 것이라는 포부도 피력했다.

권 회장은 “이제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추월을 시도할 때가 됐다”며 “이런 때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 등 산업 대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 같은 선도 R&D 활성화 등 국가 R&D 대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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