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오는 2030년까지 매년 56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공급 과잉을 우려했다. 하지만 정권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에서 지정한 공공택지에서 본청약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대신 실제 공급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사전청약 물량만 늘리며 ‘공급 과잉’을 자신하고 있다. 양치기 정부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대선 후보들의 규제 완화 공약에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정부는 “하향 안정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쯤되면 부동산 자화자찬의 끝판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제3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48만 8,000가구로 전년(46만 가구)과 10년간 평균(46만 9,000가구)을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3년에는 54만 가구가 공급되며 이후 2030년까지 매년 56만 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시장 일각에서 공급 과잉까지 우려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경제의 취재 결과 문재인 정부 들어 신규로 지정한 공공택지는 3기 신도시 등 수없이 많지만 본청약을 받은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 10개 공공택지지구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중 구리갈매역세권지구에서 2021년 12월 1,185가구 규모의 본청약을 진행하겠다고 지난해 1월 밝혔다. 하지만 해당 지구의 본청약은 취소되고 4차 사전청약으로 대체됐다. 이달 본청약을 받기로 한 400가구 규모의 부천 원종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급이 어려운 본청약은 미루고 사업이 언제 진행될지 불투명한 사전청약 물량만 늘리고 있다. 올해 사전청약 물량은 7만 가구로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공급 물량이 늘어난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을 업계에서는 말장난이라고 폄하한다. 국토부가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32만 2,000가구에서 올해 35만 7,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작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의 입주 물량은 지난해 4만 2,000가구에서 올해 3만 6,000가구로 14.3% 줄어든다. 이마저도 공공임대주택,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을 포함한 수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총 2만 520가구로 2020년(4만 9,478가구)의 절반 이하고 지난해(3만 2,012가구)와 비교해도 35.9% 줄어든다.
“지역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는 홍 부총리의 평가도 시장 상황과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대선과 맞물려 양도세를 완화하는 등 규제를 풀어주려는 모습이 나타나자 매수자·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상승 폭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법인·외지인의 공시가 1억 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 집중 매집 행위와 관련해 불법·불공정 거래 적발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 온 실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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