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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환상’ 벗어나 탈원전 폐기·탄소중립 속도조절 필요” [청론직설]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동덕여대 교수)

文정부 탄소중립은 졸속으로 설정된 비현실적인 목표

매년 4.2%씩 온실가스 과속으로 감축하는 국가 없어

재생에너지 약점은 들쑥날쑥 간헐성에 발전 단가 비싸

‘원전+재생+화석’ 에너지믹스 유지…재생, 점진 확대를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0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12월에는 ‘녹색 에너지’에서 원전을 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30 NDC는 무리하기 짝이 없는 졸속 목표”라며 “에너지 전환은 초장기 과제이므로 절대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안전하고 깨끗하면서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는 비현실적인 환상”이라며 “차기 정부는 당장 탈원전을 폐기하고 탄소 중립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소 중립을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2030 NDC는 졸속으로 만들어진 무리한 목표다. 무엇보다 배출 피크 시점이 의문이다. 정부는 2019년,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3.9%, 7.3% 감소한 사실을 근거로 2018년을 배출 피크 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및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각각 1.5%, 4% 감소했고, 원자력발전 이용률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배출량이 줄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기가 회복돼 에너지 수요는 증가하는데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비중과 이용률이 다시 낮아진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얼마든지 다시 증가할 수 있다. 2018년이 배출 피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2018년을 배출 피크 시점으로 잡은 탄소 중립 목표는 자칫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감축 목표 설정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당초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26.3%였는데 정부가 갑작스럽게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하면서 목표를 40% 이상으로 높였다. 이 목표는 매년 4.2%씩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달성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설정이다. 이렇게 빠르게 감축하는 국가는 없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약 16GW 규모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단 8년 만에 106GW 수준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이는 획기적인 신기술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문제는 신기술 개발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환경 분야 세계적 석학인 줄리언 올우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그동안 개발된 탄소 감축 기술이 전체 감축량의 5%를 차지하기까지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걸렸다”면서 “새로운 기술이 2050년까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27.8%로 미국(11%), 유럽연합(EU·16.4%)보다 월등히 높다. 철강·석유화학 등 이산화탄소 다배출 업종 비중도 8.4%로 미국(3.7%), EU(5%)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우리 기업들은 2050년까지 연간 2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배출량 1위인 포스코를 비롯해 상위 20위 기업이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멈춰야만 달성이 가능한 비현실적인 목표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탄소 감축 목표는 기업에 재갈을 물려 경제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은 피할 수 없는 방향 아닌가.

△기후변화협약의 진전이 더디고 실망스럽지만 탈탄소 경제로의 지속적 전환은 계속될 것이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소위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원자력 비중을 무작정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지속적 증가는 피할 수 없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럼 현실적인 탄소 감축 대안은 무엇인가.

△에너지 전환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속해야 할 초장기 과제이기 때문에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 산업구조 등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하면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서두르면 그동안 우리가 애써 쌓아온 탄소 경제에 적합한 유·무형의 자산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전 가격이 비싸고 날씨에 따라 출력이 크게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감안해 발전원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구성해서는 안 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핵심 전원인 원자력발전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원전 비중을 이전 정부가 전력수급계획에서 설정했던 30% 수준으로 늘린다면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안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

△재생에너지는 태양과 바람과 같은 일기 상황에 좌우되므로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비싸다. 발전 단가가 높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 없이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향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양광 이용률은 15%로 미국(24%)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풍력 이용률도 25% 내외로 풍력 선진국인 텐마크와 노르웨이의 이용률 5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성 개선 속도, 기술 발전 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되 원전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원전은 발전량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 한계가 있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원전은 탄소 중립을 위한 유력한 실용적 대안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당연히 원전 없는 현실적 탄소 중립 방안은 있을 수 없다. 원전을 최대한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면서 탄소 중립에 대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퇴출 위기에 몰린 석탄 발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20년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약 5%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47%를 석탄이 감당했을 정도로 석탄은 여전히 중요한 발전원이다. 국내에서도 석탄 발전은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해왔다. 여권에서 탈석탄 시한을 2040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탄소 저감 기술의 발전 수준 등을 보고 석탄 퇴출 시기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백업 전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원자력+재생에너지+화석에너지’라는 에너지 믹스를 급격히 허물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차기 정부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는 게 바람직한가.

△당장 탈원전 정책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 단기적 방안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폐로하기로 한 원전 10기를 정비해서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발전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보완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탄소 중립 목표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무리한 탄소 중립 목표를 강행하면 제조업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인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어렵게 일군 성과를 잃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의욕만 앞세워 탄소 중립을 서두르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재촉할 뿐이다. 탄소 중립은 값싼 화석에너지를 값비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깨끗하면서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는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기후변화 대응의 요체는 일절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오로지 과학과 사실에만 근거해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전력 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차기 정부는 전력 시장 선진화도 추진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전력 시장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가운데 한국전력이 소매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가 수시로 개입하는 독점적 시장이어서 수요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유명무실해진 ‘연료비 연동제’ 등을 제대로 시행해 ‘가격의 신호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 부과는 전력 수요를 조절하며 적정한 공급 설비 규모와 입지를 유도할 수 있다. 전력 시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풀어가려면 원가에 기반한 요금 부과와 진입 장벽 제거라는 시장 기능 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국처럼 전력 소비 컨설팅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 벤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탄소 중립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기후변화는 불가피한 현상인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세워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관개시설·교량·방조제 등 인프라에 대해 적극 투자하는 한편 작물이나 어종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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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5년부터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과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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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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