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포인트 선에서 한 해를 시작한 코스피지수가 2,700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자 국내 증권사들이 한 달도 안 돼 코스피 연간 목표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올해 전체에 대한 지수 전망은 변함없더라도 상반기에는 위험관리에 나설 것을 조언하는 증권사도 부쩍 늘었다.
25일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2,800~3,400포인트에서 2,650~3,150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지수 하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증시가 전방위적 충격을 입었던 지난 2008년,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크게 훼손됐던 2018년 당시에 준하는 밸류에이션(PER 9.8배)을 적용해 산정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기대와 긴축 고삐를 죄겠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어색한 결합에 미국 실질금리가 연초 이후 0.46%포인트 급등했고 현 사이클의 대장주인 나스닥이 12% 하락했다”며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상황에서 잠복한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헤지(위험 회피) 필요성이 환기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비관론자들이 설파 중인 코로나 버블 붕괴 주장은 아직은 기우에 가깝다고 판단하며 최근 증시 조정 역시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 센티멘털(투자 심리) 측면의 과잉 반응 성격이 짙다”며 “잠복한 불확실성이 완화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 수준까지로 밸류에이션이 회복된다면 시장 상단은 3,150선까지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공식적으로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과 달리 보수적 전망을 강화하는 증권사도 부쩍 늘었다. 앞서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2월 초 확인되는 미국의 1월 고용 지표의 부진이 예상되는 데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등 이벤트에 따른 충격으로 코스피가 2,700선을 이탈해 2,600선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교보증권은 2022년 코스피가 2,850~3,450선을 오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날 “올해 코스피 평균치가 3,050선을 유지할 것”이라며 눈높이를 소폭 낮췄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산 시장의 가격 변동성 확대가 2022년 코스피 예상 밴드의 폭을 넓힐 수는 있겠지만 평균지수의 레벨 다운과 같은 조정의 빌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코스피 투자 기회는 하반기에 있으며 상반기에는 리스크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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