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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싱가포르·스리랑카·인니…줄줄이 '돈줄 죄기'

■긴축 발작에 떠는 신흥국

연준 긴축 발걸음 빨라지자

싱가포르 사실상 금리 인상

인니는 지준율 3%P 올려

말레이·태국·필리핀 등도

금리 인상 대열 합류할 듯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한 중고 오토바이 판매점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중순 블로그에 ‘신흥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연준이 올해 최소 3~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손 놓고 있다가는 경제의 기초 체력이 탄탄하지 못한 신흥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IMF의 우려가 나온 뒤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긴축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싱가포르·스리랑카·인도네시아가 돈줄 죄기의 첫 테이프를 끊자 인근 국가로 긴축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2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이날 싱가포르달러 명목실효환율(NEER)의 정책 밴드 기울기를 소폭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MAS는 기준금리 대신 기울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한다. 기울기를 올리는 것은 금리 인상과 효과가 같다.

통상 MAS는 매년 4월과 10월 정례 회의에서 정책 밴드 기울기를 조정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정례 회의 3개월 전에 곧바로 이 조치를 취했다. 정례 회의 없는 긴축 단행은 지난 2015년 1월 이후 7년 만이다. MAS는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중앙은행(CBSL)도 20일 정책기준금리인 대기성수신금리(SDFR)와 대기성대출금리(SLFR)를 각각 5.5%, 6.5%로 0.5%포인트씩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CPI가 12.1%(전년 대비) 오르자 8월에 이어 또다시 인상 카드를 꺼냈다. 스리랑카는 자금 유출 우려도 크다.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리랑카가 외채 260억 달러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최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부채 상환 재조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한 인도네시아도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20일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3%포인트나 인상했다. 외신들은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12월 CPI가 전년 대비 1.8%로 낮은 수준이지만 선진국의 공격적 긴축 행보를 우려해 태세를 전환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웰리언 위란토 중국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가 오는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남아 주변국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유나이티드오버시스뱅크는 “올해 인도네시아에 이어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짚었다.

기준금리 인상은 동남아뿐 아니라 이미 인상을 시작한 국가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다섯 차례 올렸던 페루가 이달 6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지난해 다섯 차례 인상에 나선 멕시코도 다음 달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MF는 “연준의 긴축이 빨라지면 신흥국은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을 겪을 수 있다”며 “신흥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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