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부호와 함께 출발했던 파울루 벤투호가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쉽게 따냈다.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으로 세계 여섯 번째 기록을 썼다. 브라질(22회 연속),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 다음이다. 남미·유럽의 전통 강호 바로 다음이다. 지역별 예선 방식이라 우리나라는 맞붙는 상대가 모두 아시아 국가지만 그래도 눈부신 위업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일(한국 시간)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에서 후반 8분 김진수(전북)의 헤딩 결승 골과 후반 26분 권창훈(김천)의 추가 골로 2 대 0으로 이겼다. 6승 2무(승점 20) 무패 행진을 계속한 한국은 7승 1무(승점 22)의 이란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해 놓은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를 1 대 0으로 꺾었다. 3위 UAE는 남은 경기에서 전승 해도 한국을 넘지 못한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첫 출전인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하면 통산 열 한 번째 본선 진출이다.
아랍권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인 카타르 대회는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도하를 비롯한 5개 도시, 8개 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운명의 본선 조 추첨은 4월 1일이다. 예선 조기 통과 덕에 한국은 일찌감치 본선 준비 모드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제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을 목표로 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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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열 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사상 첫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썼고 2010 남아공 대회 때 16강에 올랐다. 사상 첫 원정 16강이었다. 카타르에서 ‘어게인 2010’ 이상을 노린다.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 이번 중동 원정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본선 무대에서 국민의 관심은 역시 손흥민(토트넘)에게 쏠린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이다. 2014 브라질 대회 알제리와 2차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완패에 눈물을 쏟았던 손흥민은 2018 러시아 대회 때는 만회 골을 넣은 멕시코와 2차전 패배에 또 눈물을 흘렸다. 독일과 최종 3차전에서 2 대 0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손흥민이 카타르에서도 골을 넣으면 박지성에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 3회 연속 득점한 두 번째 한국인이 된다.
벤투 감독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더 딸 수 있다. 조 1위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본다”며 “우리에게 좋은 도전 과제가 되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확인할 기회도 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는 3년 5개월 간 팀을 이끌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사상 최장수 사령탑이다. 지난해 3월 한일전 0 대 3 참패, 9월 월드컵 최종 예선 홈 2연전 1승 1무 등에 경질론이 일기도 했지만 ‘빌드업 축구(후방부터 차근차근 공격 전개)’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팀 컬러로 정착하게 했다. 벤투 감독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는 것은 좋은 경기력과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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