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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판박이' 스웨덴, 초당적 합의로 新연금법 제정…저부담·고급여 문제 해결

[더이상 미룰수 없는 연금개혁]

■해외 롤모델 국가는

저출산 등에 '부과식' 문제 커지자

'가상확정기여방식'으로 개혁 단행

조기은퇴 막고 세대간 갈등도 풀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와 젊은 층에게 지워지는 과도한 부담 등은 우리보다 먼저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한 서구 국가들 역시 겪었던 문제다. 물론 이들에게도 공적연금 개혁은 정권의 향방을 가를 정도로 주요 이슈였다. 하지만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은 연금 개혁을 국가의 명운이 달린 과제로 여기고 여야를 떠난 초당적인 협력으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나갔다.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임기 내에는 사실상 연금 개혁에 손대지 않았던 우리 정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연금제도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스웨덴도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치 세력 간의 초당적 합의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스웨덴 역시 개혁 이전에는 연금 비용을 젊은 층에게 떠넘기는 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지난 1980년부터 일찌감치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스웨덴은 연금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스웨덴 역시 저출산·고령화 문제 심화에 따라 오는 2030년이 되면 15~64세 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중이 39.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25년이 되면 일하는 세대가 임금의 36%를 보험료로 부담할 것으로 추산됐다. 불안했던 당시 경제 상황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불을 당겼다.





스웨덴은 1991년 연금개선활동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1998년 5개 정당 간 연금제도 개선 대타협을 이끌어내며 1999년 마침내 ‘신(新)연금법’을 제정하는 데 성공했다. 신연금법은 가상의 개인 연금계좌를 두고 은퇴 전까지 납입한 금액에 비례해 연금을 주는 ‘가상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즉 급여를 기여에 비례시키고 기대수명을 반영해 연금이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유도한 것이다.

또 신연금법은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어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문제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오래 일할수록 연금이 늘어나는 만큼 조기 은퇴를 방지하는 부가 효과도 있었다. 기존의 부과식이 필연적으로 불렀던 세대 간 갈등도 해소할 수 있었다.



다만 충분한 연금액을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생계 보장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최저보장연금’을 지급해 사각지대를 보완했다. 해당 제도는 모든 노인들에게 획일적으로 지급하던 기존의 기초연금제도보다도 저소득층의 노후 소득을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의 연금 개혁은 내용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연금을 전면적으로 개혁했음에도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비교적 크지 않았다. 프랑스와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이 연금 개혁 과정에서 큰 홍역을 치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배경에는 연금 개혁이 단기적으로 성급하게 해치울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달린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 여야 정치 세력 모두 합의한 것이 꼽힌다. 개혁 과정에서 여야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 세력들이 참여했던 게 한몫했다. 실제로 스웨덴이 연금 개혁을 위해 꾸린 ‘연금 실무작업단’에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집권당인 사회민주당뿐 아니라 자유당·신민주당·좌파당·온건당·중앙당·기독민주당 인사들이 위원으로 대거 참여했다. 또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에서 조사했던 내용을 존중하고 합의를 유도했다.

연금 전문가들이 세부적 정책 수립을 주도한 점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스웨덴 정부가 연금 개혁을 위해 임명한 특별위원회는 전문가들이 사상적 가치나 정치적 전략과 무관한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했다. 위원장은 주로 학자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맡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모든 정당에서 임명한 대표들이 참여해 정치적으로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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