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란 특정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 만큼 그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반성과 다짐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문화예술은 국가 공동체의 총합된 가치관으로 이 부분을 침해하는 것은 국가 가치관을 훼손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후 5년, 제도개선 성과와 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 당시 드러난 사건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사찰·검열하고 지원에서 배제한 정황을 통해 불거졌다. 이에 관여한 혐의로 전·현직 장관과 차관이 잇따라 구속되자 정부는 2017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2018년 7월 민관이 함께 참여한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제도개선이행협치추진단’(이하 이행협치추진단)을 구성했다.
황 장관은 “이행협치추진단은 85개 세부과제 중 지금까지 62개 과제를 이행했고, 13개는 추진 중이며, 10개는 지속 검토 중”이라며 “70% 이상 과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2018년 신뢰 회복과 사람 중심의 ‘새 예술정책’을 발표했고, 지난해 9월에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했다.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기관으로 지목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던 이들 기관 위원장을 위원 중 호선하도록 관련 법도 개정했다.
이행협치추진단은 △표현의 자유 및 문화 기본권 확대를 위한 헌법 개정 및 신설 △국정홍보 기능 혁신 및 조직 분리 △소속기관 자율성 확보를 위한 문체부 조직 개편 △예술정책 자율성·전문성 강화를 위한 국가예술위원회(가칭) 설립 등의 과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헌법 개정과 행정조직 개편 등이 팔요해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행협치추진단 활동이 대체로 완료되면서 문체부는 다음 달 관련 백서를 발간해 예술인 피해 사실을 재조명하고 블랙리스트 사태 방지를 위한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임 정권의 폐해와 관련된 ‘블랙리스트’ 관련 제도개선 성과와 계획 발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운동 시작 시점에 이뤄진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장관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계획은 통상 일주일 전에 공지되는 것과 달리 이날 기자회견은 이틀 전에 예고되는 등 다소 급박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하는 등 스케줄에 맞춰 진행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에 대한 부분은 여·야가 모두 합의해 추진한 것이기에 문재인정부와 여당만의 성과는 아니며, 함께 노력해 온 결과라서 이 발표로 인해 특정 정치 세력이나 특정 정당이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