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일 특수활동비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청와대 특활비 지출 결의서와 운영 지침, 김 여사의 의전 비용 관련 예산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도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특활비 관련 기록물은 장기간 베일에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5월 초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는 이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최장 30년 동안 공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수사·외교·안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 목적 경비를 말한다. 청와대·국회 등 주요 국가기관들에 매년 1조 원 가까이 배정된다. 문제는 감시 없이 불투명하게 사용되다 보니 ‘쌈짓돈’처럼 유용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 역시 이런 관행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측은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 공개 제도의 취지, 공개할 경우 공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예산 관련 정보는 국익 저해 등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공개하는 게 원칙에 맞다.
이번 항소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청와대 특활비 등을 줄이라고 지시한 점과도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청와대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 원 중 53억 원을 절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에 “(정부의) 패소 판결에 대한 정부 항소를 자제하라”고 했다. 청와대가 한 점 부끄럼도 없다면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차기 정권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되 혹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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