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주가가 최근 한 달간 40% 이상 뜀박질하고 있다. ‘수익화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실적 시즌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수익성 개선 노력에도 초점을 맞추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상장 이후 1년 내내 하락이 계속됐던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은 0.24% 오른 25.47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 쿠팡은 6.9% 급락해 23.65달러까지 무너졌지만 낙폭을 줄이며 상승세로 돌아섰고 장중 4.5%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공모가 35달러에 상장한 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던 쿠팡은 지난 1월 장중 16달러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1월 24일 대비 40%나 올라왔다.
쿠팡은 2일 장 마감 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던 터라 이날 주가에 시장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간 쿠팡은 매 분기 실적 발표 직후 실망 매물이 출회하면서 주가 레벨을 낮춰와 투자자의 불안이 컸다. 하지만 이날 테슬라(-4.6%), 아마존(-2.7%) 등 성장주가 하락한 시장에서도 강보합세로 마감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숫자로 입증한 점이 투자자를 안도시킨 배경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2조 2000억 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54% 급증했다고 밝혔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의 평균 성장률(15.4%)을 세 배 이상 앞섰고 이마트의 매출(쓱닷컴 포함, 18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 유통 1인자로 우뚝 섰다. 과거와 달리 영업 효율성을 개선해 적자 폭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점도 긍정적이었다. 사상 최대 매출에도 쿠팡은 지난해 1조 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손실은 6조 원을 넘겼다. 이 같은 출혈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끊이지 않았지만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7조 5000만 달러에 육박했던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적자를 올해 4억 달러 이내로 줄이겠다는 등 수익성 증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견고한 외형 성장 지속으로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의미있는 상승을 하려면 ‘수익화 능력’ 입증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 재평가의 필수 조건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이며 긍정적인 가이던스 달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점유율 확대 추세의 가속화,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쿠팡에 관심을 둘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월가의 큰 손들도 쿠팡을 사들이고 있다. 미국 투자매체 시킹알파에 따르면 미국 스타 펀드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펀드 포트폴리오의 20%를 쿠팡(1780만 주)으로 채웠으며 지난해 11월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쿠팡을 50만 주 매입하기도 했다. 테슬라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도 지난해 말 기준 포트폴리오의 1.0%가량을 쿠팡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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