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블루파워의 신용 등급이 강등됐다. ESG 투자 기조가 확산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삼척블루파워의 유동성 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척블루파워의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하향 조정한다고 9일 밝혔다. 단기 신용 등급 역시 A1에서 A2+로 한 단계 떨어졌다. 신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석탄발전에 대한 비우호적인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그룹 계열의 민자 석탄발전소다. 지난 2010년 이후 전력예비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안정적인 기저 발전을 확충하기 위해 진행된 민간 석탄발전 사업 중 하나다. 포스코와 GS그룹은 당시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제도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투자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업 가동을 시작하지 않은 만큼 매출은 없지만 기업 신용도는 AA- 등급으로 높아 그간 시장 자금 조달은 우호적이었다. 삼척블루파워는 높은 신용도에 기대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석탄발전을 대폭 감축하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금융권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조가 확산하면서 분위기는 더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6월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한 건도 모으지 못하고 전량 미매각을 냈다. 이후 삼척블루파워는 단기 자금 시장을 찾아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있다.
한기평은 정권이 바뀌어도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환경 급전 도입과 석탄 총량제 실시 등 전력 시장의 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친환경 에너지 확대를 기반으로 탈석탄화를 앞당기는 에너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한기평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 공약을 감안할 때 석탄발전에 대한 비우호적인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안정성 개선도 늦어질 것으로 봤다. 삼척블루파워는 현재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진 상태다. 한기평은 “정산조정계수제도로도 총괄 원가를 전부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책 변화에 따른 실적 가변성 확대와 석탄의 경제성 약화로 재무 구조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용도가 AA에서 A로 떨어지면서 삼척블루파워의 자금 조달 부담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구간은 통상 ‘신용 절벽(크레디트 클리프)’이라고 불리는 구간으로 한 단계 차이임에도 금리가 크게 오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기관투자가들의 CP 인수 여력이 있어 단기 자금 시장에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신용도가 떨어진 만큼 앞으로는 발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금리를 크게 높여줘야 하는 만큼 차환 시 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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