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력 반도체 2위 기업인 미국 온세미컨덕터가 테슬라의 전기차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 공장 확장에 착수했다. 극심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속에서 테슬라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온세미컨덕터는 국내 생산 거점인 경기도 부천 공장 확장 공사를 위한 기반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증설되는 라인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꼽히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전망이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열이나 압력에 잘 견딘다. 그래서 극한의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하는 차량용 반도체로 적합하다. 테슬라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SiC 전력 반도체를 활용하면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세미컨덕터는 SiC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 공장 확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현재 부천 공장 SiC 반도체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전력반도체 생산을 담당해 온 온세미컨덕터 부천 공장의 안전성을 테슬라가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SiC 전력 반도체 대부분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제품인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크게 위축되면서 테슬라가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는 반도체 뿐 아니라 ‘K 배터리’의 발전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부천 공장 확대가 이뤄지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유기적 협력도 용이해진다. SiC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 속 배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과 SiC 반도체 생산이 동시에 늘어나면 국내에서 유기적인 공급망이 형성될 수 있다. 반도체 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한국의 자동차 공급망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할 기회다.
구상모 광운대 전자재료공학과 교수는 “이번 온세미컨덕터의 한국 투자에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할 것”이라며 “온세미컨덕터의 SiC 생산라인 확장은 국내 고급 엔지니어 양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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